전환장애 극복

그 분이 오셨습니다

by 별새꽃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분이 오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무의식 녀석을 그분이라 부릅니다.
그분은 반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문을 이중, 삼중, 열겹으로 잠가도 오십니다.
시간, 장소, 계절, 날씨와 상관없이 오십니다.
한번 오시면 오래 머물 땐 서너 시간도 머물고,
때론 몇 초, 몇 분만에도 가십니다.

얄궂습니다.
그분을 모르고 살 땐 좋았습니다.
그분을 알고 나선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치는 날들이 많습니다.

내 몸 전체를 지배하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밧줄로 꽁꽁 묶지도 않으면서
어찌 그리도 무엇으로 묶으셨는지
벗어날 수 없게 만드시는지요.

괴력의 소유자로 만드시는지요.
사랑하는 남편 목을 조르게 하는지요?
사랑하는 딸을 잡고 놓아주질 않으시는지요?
사랑하는 아지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게 하시는지요?

어디서 그런 힘이 솟게 하시는지요?
누구도 건들지 못하게
어디서 무지막지한 힘이 나오게 하시는지요?
두려움에 떨게 하시는지요?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시는지요?

오랜 시간 머물러 계셨으니
떠나셔도 되지 않으신지요?

알고 싶습니다.
방법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용을 쓰고 또 써서, 이젠 남은 게 없습니다.

아시면 답을 주세요.
간절히 원합니다.
떠날 예정일이라도 귀띔해 주시면 안 되시나요?

차라리 팔이든 다리가 다쳐 기브스를 하는 편이
오히려 좋겠습니다.

그분이시여!
오래 함께 하셨으니
놓아주실 때도, 가실 때도 되지 않으셨는지요?

옛다, 먹고 떨어져라 하고 가셔도 됩니다.
"고생했다. 이제 간다." 하고 슬그머니 가셔도 됩니다.
생색 내셔도 됩니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수많은 시간 함께 하셨으니
이제 놓아주셔도 되지 않으신지요?

목 놓아 울부짖으면 놓아주시련지요?

뒤돌아서 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그분이시여,
이제 떠나 주세요.
소원입니다.
꼭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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