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봤던 영화들의 콜라주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2021

by 투덜쌤

영화를 오랜만에, 그것도 영화관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거금 14000원을 들고 주말에 영화관을 찾은 건 딸내미의 간절한 소망이 아니었으면 어림없는 일. 그 녀석의 소망은 매달 한 편의 영화로 슬슬 정해지려나 보다. 블랙위도우 이후로 계속 마블영화들이 나오는데 모두 챙겨보려는 걸 보면.


덕분에 볼거라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저 영화를 보았다. 그리곤, 왠지 모르게 추억에 잠겼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중국영화라.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본 장면들을 많이 떠올리게 하더라. 그게 이 영화를 새로 보려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방해가 될테니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앗 그러고 보니, 스포일로도 꽤 많다. 안 보신 분들은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사뿐히 뒤로가기를 누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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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샹치라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설을 따라 자신을 깨닫고 결국 어찌어찌하여 지구를 구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연결이 되는 것 같고, 캡틴 마블도 마지막에 잠깐 나오고, 반가운 헐크도 나온다. 거기에 저 여배우는 무슨 역할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스파이더맨에서 옆에 따라다니는 귀여운 친구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보면 나름 이해가 된다. 극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은 필요한거겠지.


버스에서의 액션신은 참 좋았다. 이 장면은 과거 홍콩영화에서의 오마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이 참 많이 나는 성룡. 그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뒤져보니 폴리스스토리1 이었더라. 2층 버스에서의 그 액션신은 나름 참 창조적이었는데. 아마도 그런 장면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런 장면들이 나온거겠지? 버스가 홍콩에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베꼈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냥 일반인으로서 떠올려서 좋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성룡 영화 다시 봐도 여전히 재미있을 것 같다. 특수효과가 배제된 진정한 슬랩스틱


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액션신은 처음의 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스틸신이 나오지 않았지만 샹치의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나서 싸우는 그 장면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답다. 그걸 보니 와호장룡이 생각나더라. 부드러움으로 가득한 그 액션신들이 샹치에서도 재현되는 듯 했다. 그냥 광선이 나가고 살벌하고 폭력적인 그 장면에서 왜 미소가 지어지는 지 모르겠다. 부드러움으로 양조위를 제압하는 그녀와의 액션이 마치 부드럽게 이어지는게 춤처럼 느껴진다. 마블의 액션신 치고 너무나 예술적인 느낌. 그리고 그 움직이는 숲도 와호장룡의 대나무숲을 닮지 않았는지.

주윤발과 장쯔이. 말도 안되게 날라다녔지만 이제 CG는 기본이 되었으니.


빌딩에서의 액션신. 특히나 전혀 싸움을 하지 못하는 일반인을 섞어서 액션으로 처리하는 건 성룡영화에서 많이 보던 방식이 아니었는지. 하지만 딸은 그런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는지 너무나 재미있어 한다. 마치 내가 처음으로 쿵후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때 처럼. 그러면서 조금 세대를 이해하는 게 되려나?


탈로라는 마을로 찾아가는 장면이나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자면 쿵푸팬더3에서의 팬더 마을이 생각난다. 설정상으로는 블랙팬서의 와칸다가 더 어울릴려나? 무언가를 지키기위해 사명감을 가진 수호자들이 있다는 설정은 역시나 이런 영화에서 벗어나지 않는 듯 하다. 어디선가 우리를 위해 싸우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참 고마운 일이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일이기도 하고.


용이 나오는 뒷 부분은 역시나 CG의 향연이다. 용과 그 이상한 괴물의 결투. 그런데 용을 보면 참 누군가랑 닮았다. 거기에 샹치가 올라타니 딱 생각나는 장면이 있더라.


뭐 누구는 드래곤 길들이기가 생각났다고 하는데 나는 왜 센과 치히로가 생각났을까? 용의 모습이 참 비슷하다. 용이 다 그렇지. 서양용이 아니라 동양용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찬사를 보낼만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름 잘 만들어진 영화. 하지만 좀 뻔하다는 느낌도 받았던 영화였다. 마블의 유머코드는 여전했고, 특히나 아이언맨3와 연결된 그 설정은 기가 막혔다. 아울러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도 반가웠고. 왜 그들이 서로 이어졌는지는 또 다음 편을 봐야 알겠지만 (고대무기.. 라는 면에서 연관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처음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이 나왔을 때의 생소함이 시간이 지나가면 없어졌듯이 곧 적응될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드는 힘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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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한다면? 마블영화를 너무나 좋아하시는 분은 꼭 보시길. 홍콩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도.

비추천한다면? 예전 어벤져스를 추억하시는 분들은 좀 호감이 떨어질 수도. 캐릭터의 독특함을 잘 모르겠다. 동양인이라는 설정? 용의 선택을 어떻게 받았을까? 스토리 자체는 궁금한 것 투성이.


아. 양조위나 양자경의 나이든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나름 의미있는 일이다. 양조위는 여전히 멋지게 늙어가고 있더라. 이런 영화보다 좀 더 분위기 있는 영화에서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성룡이 갑자기 그리워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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