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달러구트 꿈백화점
오랫동안 묵혀왔던 이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막상 읽기 시작하면 2시간 남짓 걸리는 이 일이 왜 이리 오래 걸렸는지. 아마도 소설책보다는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를 더 편애하는 탓이랴.
한국판 해리포터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나는 전문적인 소설장이가 쓴 글이 아닌 것에 더 눈이 갔으며, 텀블벅을 통해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에 손이 갔었다. 하지만 처음 챕터 2개까지 읽고는 덮어 두었던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너무 큰 거겠지. 달러구트란 이름도 잘 눈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킥 슬럼버, 야스누즈 오트라, 와와 슬립랜드, 도제, 아가냅 코코 등 다양한 꿈 제작자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순간 머리가 지끈 거렸던 것 같다. 마치 처음 해리, 헤르미온느, 헤그리온, 헤드위그가 헷갈렸던 것 처럼.
하지만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고 그냥 읽어내려가자고 생각한 순간, 참 편하게 읽혔다. 소설이 주는 매력이지? 주인공의 삶을 대신 체험해 보면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페니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취준생이다. 그녀는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취직하고 싶어하고 희한한 면접을 뚫고 취직에 성공한다. 보수나 처우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확실하다. 그녀가 만나는 꿈제작자들은 나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꿈을 만든다. 현실에 있는 손님들은 그 꿈을 사가서 꿈을 꾸고 그에 따른 꿈값을 후불로 지불한다. 만족도에 따라 다르게 지불되는 탓에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다. 전적으로 꿈과 꿈꾸는 사람을 잘 매칭해 주는 탁월한 안목이 중요할 수 밖에. 그런 의미에서 달러구트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 밖에. 예지몽을 파는 챕터에서 그 능력이 잘 드러난다.
이런 저런 꿈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꿈을 꾸고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는 장면들이 매우 따뜻하다. 누구나 꾸어 봄직한 꿈들을 잘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설렜던 꿈, 악몽(재입대.. 라니..), 그리고 그리웠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꿈까지. 공감과 함께 왈칵 눈물나는 경험도 했다. 장면으로 보여질 때보다 이렇게 글로 씌여졌을 때 더 내 중심으로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할머니의 목소리와 푸근한 손길이 그리워졌다.
꿈이 안팔리는 이유를 설명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꿈을 꿀 시간조차 부족한 현대인. 예약했던 꿈을 미뤄 결국 NO SHOW가 되는 웃픈 현실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온다. 재미있는 것들에 치어 꿈꿀 여유마저 없어지는 건가? 즐거움을 소비하는 것에 자신이 너무 길들여지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제작사들의 각기 다른 스타일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멋진 풍경을 중심으로 꿈을 만드는 사람, 동물이 되어 보는 꿈, 혹은 역할체험, 예지몽 등 다양한 꿈의 종류들을 나열한다. 물론 그 안에서는 악몽도 있다. 다시 꾸고 싶진 않지만 이겨내면 '자신감'과 '자부심'을 선물해주는.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둘째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p250
첫째보다 둘째가 어렵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욕심과 기대가 결국은 누군가를 비교하게 하고, 나를 낮추게 되고, 남보다 위에 있게 되도 결국은 더 위에 있는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어 버리는.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이 과연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내 행복의 만족도를 왜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지.
마지막에 소소한 에필로그까지 구색을 잘 맞춰놓은 책이다. 무궁무진한 꿈처럼 풀어놓을 이야기가 더 많을텐데 좀 아쉬움이 남았다 했더니만 2편도 나왔나보다. 또 마음이 여유로울 때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