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쓰레기가 아닌데요?

그래서 안 줍는 건 당연한 일인가?

by 투덜쌤
garbage-3259455_960_720.jpg


"책상 옆에 떨어진 그 종이뭉치는 뭘까? 좀 주워줄래?"

"제가 그런거 아닌데요?"

"니가 그런거 아니지만, 좀 주워주면..."

"제 것도 아닌데.."


틀린 말이 없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게 맞지만 누군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책임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뭐 책임지라고 했나? 그냥 떨어져 있는 종이뭉치 버려달라고 했지. 뭐 싫으면 내가 버리면 될 일이다.


며칠 전 교문 근처를 지나가는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더라. 봉지를 뜯고 먹으려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봉지를 든 손은 아래쪽으로 향하고 힘을 빼면서 봉지를 바람에 날려보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뭐, 그럴 순 있지.


아이가 떨어뜨린 비닐봉지를 들고는 짖궂게도 아이한테 다가갔다.


"이런 걸 떨어뜨렸네. 아무데나 버리면 안되지?"


왠일로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하긴 내가 선생인지 아니면 이웃집 험상궂은 아저씨인지 아이한테는 알게 뭐람. 그러니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나 보다. 요즘은 무서운 세상이니까. 그럴 때 아이의 반응은 과연?


"아 죄송해요. 제가 깜빡했나봐요"


의외로 아이는 금새 잘못을 인정하고 내게서 비닐봉지를 건네받고는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아니라고 우기면 짐짓 혼낼 준비가 되었는데 이리도 순수하게 인정하다니. 게다가 얼마나 눈이 맑았는지 정말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여겨졌다. 설마 나를 속인것일까? 굳이?


아무튼 이 사건으로 느낀 건.. 아이들이 의식적으로 무엇을 잘못한다기 보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잘못한 행동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습관적으로 잘못을 한다. 그걸 부모가 받아주고, 혹은 어른들이 받아주는 거지. 여기에는 고쳐주는 행동이 빠졌을 뿐이다. 물론 너무 고쳐주다 보면 잔소리만 심한 경우도 생기는 거고.


다시 교실로 와서, 아이의 행동은 그닥 틀린 말은 없었다. 그리고 그 종이뭉치를 버린 아이는 따로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밝혀내서 내가 그 친구를 혼내고 주워서 버리게 하는게 맞았을지, 아니면 그래도 주변에 떨어진 지저분한 것을 치우게 하는 게 맞았는지 가끔은 혼란스럽다. 이 종이뭉치 하나가 뭐라고. 토를 했다거나 급식을 엎었다면 모를까


"그래, 니가 버린 게 아니라서 줍기가 좀 그랬나 보구나. 선생님이 버리지 뭐. 하지만 다음에는 누가 버렸건 말건 주워주면 어떨까? 우리가 함께 있는 교실인데?"


뭐, 버린 녀석은 자기가 뭘 버렸는지도 모를거다. 어쩌면 내가 혼낼 때 옆에서 두근두근 거렸을 지도 모르겠네 (범인은 늘 근처에 있다..) 꼭 밝혀서 혼내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기에 (밝히기도 어렵고. 밝힌다고 고작 종이뭉치 하나로..) 이렇게 넘어가련다.


깨끗한 교실과 깨끗한 자리로 인해 덕을 보는게 결국 나이고 우리일진대, 누가 하면 뭣하리.

그냥 마음의 수고만 조금 더 가지고, 손이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될 일이데~!

매거진의 이전글포켓몬스터와 씨앗모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