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에서 학교로의 영역 확장
1.
교감이 되었다. 묘하다.
원해서 된 건 맞지만, 딱히 절실하진 않았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생활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교과전담의 입장에서 수업을 재미있게 구성했던 것도 좋았다. 아이들과의 유대감이나 학부모하고의 관계도 좋았다.
힘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교직 초기에는 처음 맞이하는 상황들에 멘붕일때가 많았다. 자해한다는 녀석,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학부모, 별 걸 다 요구하는 관리자에 내가 보기에 이해안됐던 옆반 선생님까지. 하지만 모든 것들은 경험치가 쌓이면 감당할 수 있는 고통과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나 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새 여기까지 왔다.
2.
교무실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보니 딱히 교감 일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은 없다. 수업을 좀 덜 하긴 하지만 학교를 잘 포장하는 일을 한다고 알고 있었다.
학급은 학생들을 관리하는 데 교감은 교사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대상이 바뀌는 게 아닌지. 오히려 말귀 못 알아듣는 학생들 보다는 어른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 범위가 교사만이 아닌 공무직, 행정실, 비정규직, 기간제, 보안관 등 다양한 직종을 만나야 하고, 심지어는 학부모도 관리해야 하며 가끔은 곤란(?)한 학생들도 관리한다는 걸 안다. 범위가 갑자기 많이 늘어났는데 어려운 사람(?)들은 더 많이 늘어났다. 심지어는 교장님도 모셔야 한다.
누가 교감은 편하다고 했는가?
3.
이제는 뒤로 갈 수는 없다.
하는 일이 달라지고 관계되는 사람들이 바뀐거지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지원이 간접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으로 바뀐 것일뿐.
적성이 맞나 안 맞나는 공무원으로서는 사치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내 맘에 드는 일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어느 기업에서도 그렇게 일 하기에는 쉽지 않다. 자영업, 창업, 사장이 되면 모를까..
주어진 일을 불평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에 두근되는 삶을 살고 싶다. 누군가의 평가로 세상을 바라보기 보다는 내 눈으로 내 발로 내 손으로 경험해 보고 판단하고 싶다. 그렇기에 이왕 주어진 역할을 잘 해 보고 싶다.
4.
하지만 아직은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초보 교감일 뿐이다. 뭐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 이러다 경험치가 쌓이면 또 다시 레벨업 하겠지. 이왕이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레벨업이 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