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를 거치는 능력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
등굣길
아이들의 발걸음은 힘차다. 힘든 건 교사의 발걸음이겠지. 아무래도 직장이니까.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학교는 일터가 아니다. 배움터이자 놀이터이자 밥도 먹고 친구들과 지내는 생활터이다. 그러니 신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에이 C*
어디서 날카롭게 들리는 목소리에 교무실에서 창문너머 내다 보았다. 두 아이의 말다툼이 슬쩍 보인다. 입을 앙다문 모습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가 있고, 그 옆에 따라가며 조잘조잘 대는 아이가 있다. 딱히 싸운 것 같지는 않지만 무언지 모를 기분 나쁜 이야기가 오간 듯 하다. 뭐 화가 날 수도 있지. 짜증 날 수도 있지. 하지만 욕을 하는 건....
너 일로 와봐
예전 같으면 그랬을 거다. 교무실 창문 너머지만 크게 소리쳐서 아이의 주목을 끈 후 그대로 있으라고 이야기를 하던지 이쪽으로 오라고 했겠지. 난 교사니까 그걸 바로 잡아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러다가 한 마디 했을거다. 고학년 학생이면 호되게 야단쳤을 거고, 저학년 학생이면 살살 달래가면서. 그래도 초반의 호통소리는 커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주눅이 들테니. 그렇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우리 반 아이도 아닌데. 아는 아이도 아닌데. 멀리 떨어져 있는데. 멀리서 호통치는 게 과연 교육일 수 있을까? 그건 협박일 뿐이겠지. 화가 나면 뭐 욕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갑자기 무서워졌다
아이들은 주변의 환경에 금방 물든다. 욕을 하는 문화가 아니 거친 말을 하는 문화가 주변에 많아질수록 그런 말을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인다. 어쩌면 그 아이도 그런 것이겠지. 공중파에서도 C* 정도나 Dogbaby정도는 삐처리 없이 나올 때도 있더라. 리얼리티를 살릴려면 결국 일상에서 쓰는 욕 정도는 그냥 해 줘야 한다. 12금 15금 19금을 붙이면 무얼하나. 주요 장면들은 유튜브에 다 있더라. 거기엔 어떠한 음소거 처리란 없다. 그리고 시청가능 연령제한도 없다..
화가 나면 욕을 한다
이게 당연해지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욕들을 모두 인정해 줘야 한다. 욕을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겠지만 아직 내 맘은 그렇지 않다. 일상으로 인정하기엔 여전히 거칠고, 마음이 다친다. 말의 힘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일반화가 되지 않는다. 결국 남보다 쎄 보이려고 하는 것일뿐. 그런 거친 말이 아이들의 일상이 되어선 안된다. 세상이 거칠더라도.
욕을 권하는 사회?
요즘은 방송보다는 유튜브나 OTT, 웹드라마 등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영상매체만 그럴까? 웹툰도 그렇지. 학원물이라고 분류되어 있는 웹툰들에도 비속어가 참 많다. 그렇다고 일일이 검열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뭐, 세상이 그럴진대 세상을 바꿔야지 그걸 비추는 거울을 부수면 쓰겠는가. 다만 좀 과하다 싶은 폭력장면이나 욕설장면들을 보면 정말 사회가 저런가 싶다. 자극적이어야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이끌기 때문에 그렇겠지? 예전에는 리얼리티를 살린다고 욕이 나오곤 했는데 과연 욕을 하고 욕을 먹는(?) 리얼한 세상이 바람직한가 물어보고는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검열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도는 필요한거지. 학교에서 하는 지도가 과연 얼마큼 효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