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생긴다는 건

교감이라 좋은 것과 나쁜 것

by 투덜쌤

새로운 학교에 가니 예전에 함께 지냈던 선생님들을 몇 분 찾아뵐 수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따로 찾아가 봤다. 내 선배님이었기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고 안부도 묻고 수다도 떨고.


그런데 다음 날 교무실에서 만나게 될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토록 정중하실 필요까지가.. 뭐, 둘 만 있을때는 예전과 같았겠지만 여럿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새로 와서 뻘쭘해 있는 교감하고 너무 아는 척하는 것도 우습지 않는가? 사적인 관계는 사적인 거고, 공적인 것은 공적인 것이고. 그게 당연하다는 건 알지만 순간 익숙해 지지는 않더라.


실무사들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다. 신규 선생님들은 무슨 엄청난 원로 교사를 대하듯 어려워 하는데 참 적응이 안된다. 언젠가 부장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을 때 잘 아는 교장님께 그렇게 투덜거렸던 게 생각난다.


"신규들끼리만 이야기하고, 저랑은 이야기도 잘 안 끼워줘요. 부장이라고 멀리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랬더니 교장님이 그러시더라.


"부장님은 처음 학교 발령나서 연구부장이나 교무부장 대하기가 편했나요? 부장생활을 오래해서 그렇지 교사일때 교장, 교감이랑 대화하기가 편하던가요? 하하. 다 그런거에요."


자리가 바뀌면 바라 보는 풍경이 다르다고 하지. 인간적으로 서로를 알아나가는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서로의 역할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거다. 뭐, 나는 그래도 교사를 해서 올라왔기에 다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 결국 그것조차도 내 생각일뿐이다. 내가 맡은 교사 역할이 일반화로 대치될 수는 없으니.




어찌되었던 학교에서는 교사의 바로 위가 교감이다.

교감이라고 하지만, 딱히 호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아마도 직책업무추진비가 더 나오는 것 같은데 그 금액보다는 담임을 해서 받는 수당이 더 크다. 부장수당과는 비슷했던가? 월급명세서를 봐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보고 있다. 얼마 차이도 않나는 데 뭐. 그렇지만 나랑 호봉이 같은 부장담임교사보다는 확실히 덜 받는 건 좀 그렇다. 그들을 낮게 주라는 게 아니라 그래도 교감인데 좀 더 주면 안되나? 어찌되었던 승진도 했는데.


막상 이 일을 해보니 일이 매우 다르다.

학급 아이들, 학부모, 그리고 동학년과의 관계를 생각했었는데, 이제 거기에 교사와 공무직, 그리고 행정직, 많은 무기계약직까지 다 아울러야 하는 게 틀리다. 나랑은 전혀 관련없을 것 같았던 지역사회 사람들과도 눈을 맞춰야 하고 (아, 물론 그들의 지향점은 교감이 아니라 교장이다. 나는 그냥 옆에서 보고 배우는 거지) 이웃주민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좋은 점은 그들이 예우를 차려준다는 거다.

그렇다고 알량한 교감 타이틀 하나 믿고 거들먹거릴 처지는 아니지만 신기하기는 하다. 교사일때와 교감일 때가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고나 할까? 학교에 일이 있어 조금 늦게 퇴근할 때면 당직기사님의 눈치가 없으니 신기하고, 학교에 오는 민원인들에게 '이 학교 교감입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라고 말을 걸 때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나도 교감선생님을 그런 식으로 바라봤던 것도 같고. 아무튼.


그렇다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전혀 피드백을 받을 수 없으니 참 답답하더라. 쉽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도 '아.. 이제 교감님인데 말 편하게 하기 어렵겠네.. 하하' 하면서 농담을 할 때면 그러지 말라고 화들짝 놀라지만, 나는 안다. 아마도 그들은 내게 그 전처럼 편하게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지금 이 상태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다른 자리에 왔고, 다른 역할을 할 뿐인거고. 때로는 그게 다른 사람의 이익을 제한하는 듯이 보여도 (그럴 만한 힘??이 있기도 하지만) 굳이 그걸 쓰지 않을 합리적인 이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건 알겠다.


힘이 생기면 그에 따른 책임이 커진다. 그러기에 더욱 조심해야 겠지.


쉽지 않다. 상급자. 왜 이런 길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다시 돌아가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열심히 해야지. 적어도 욕을 먹으면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는데.. 잘 되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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