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올해도 아내에게 혼나면서 시작한다
우리 집엔 아들도 하나 있고, 딸도 하나 있다. 한 녀석은 대학에 있고 한 녀석은 대학을 갈지 안 갈지 모른 애매한 상황에 있다. 어쨌든 방학이다. 내내 침대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다 큰 녀석들이 하루종일 이어폰을 끼고 뒹굴뒹굴 대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드는 건 역시 분노의 감정이다. 물론 고등학교 때보다는 많이 그 수준이 낮춰졌지만, 여전히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듯 하여 늘 못마땅했었다. 그게 나이를 먹는다고 달라질까?
"도대체 3시가 되도록 아침밥을 안 먹는다는 게 말이돼?"
"알아서 먹을께요"
"알아서 언제???"
"좀 있다.. 한 시간 정도.."
이렇게 아내랑 실랑이 하는 딸을 보자면 열이 뻗친다. 4시가 되면 밥상이 차려지는 건가? 움직이지 않으니 배도 안 고프겠지만, 우리 집 식량창고(?)에 있는 초코파이는 어느새인가 하나 둘씩 없어지고 있었다. 밥을 먹던 말던 상관없다고는 생각하는데, 건강하지 않게 키운(?)다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겠지. 결국 침대에서 일어날 때를 맞춰서 차려줘야 하는건데... 그걸 왜 해줘야 하는가!
"밥 먹지들 마! 이거 다 치워버려! 니들이 알아서 밥 해 먹고, 시간 정해놓을 테니 먹던지 말던지 해! 도대체 엄마 아빠가 니네들 수발을 들어야 하는 사람인거냐? 밥 먹고 치워놓지도 않고. 뭐하는 거야!"
12시에 밥을 먹었던 아들이 놀랐고. 실랑이 하다 포기하고 쇼파에 있던 아내가 놀랐고. 침대에 있던 딸내미 반응은 모르겠고. 어쨌든 난 열이 받아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고질병이지. 욱하면 그냥 화를 내서 풀어버리는 것. 작년 하반기부터 조심했는데 다시 도져버렸나 보다.
이런 식의 해결은 옳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기분을 풀기 위해.. 라는 변명으로 합리화를 시킨다. 열이 받으면 화를 내도 되냐고 따지는 아내한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게. 화가 난다고 다 화를 내면 안되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제법 잘 하는데 왜 가족들에게 더 헤픈지. 감정을 절제하는 건 필요한데 말이지.
"아빠 죄송해요"
그래도 이 말 한마디에 다 풀렸다. 미안하다는 말은 못했지만, 아주 짧게 이야기했다.
"1월까지만 그렇게 살자. 그래도 밥은 제 때 먹었으면 좋겠다"
그리곤 아들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3시간 만에 밥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데.
뭐 그래도 훈훈한 냄새가 난다고 내 스스로 감격(?)하고 있다.
역대 최단 시간으로 풀렸네. 다행이다.
올해에는 다르게 문제를 해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