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시작은 인사에서 부터
2월의 어느 날,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모두의 눈길이 나에게 쏠리고, 어색한 교무부장의 소개와 함께 차디찬 마이크를 건네받은 순간, 내 입술은 바짝 말랐다. 이럴 줄 알고 준비한 원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흐려지는 시야에 순간 멈칫했다. 처음 일성은 결국 뻔한 말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이 떨리시지요? 저도 많이 떨려요"
부장을 선임하기 까지 과정이 주마등같이 흘러갔... 을리는 없고, 다만 원고를 쓰면서 좀 울컥하긴 하더라. 누군가를 위한 부장인데 왜 그리를 박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좀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내가 잘 아는 그 분은 학년부장 하시기에 좀 부족해 보이시지만, 사람들은 순번이 되었다는 이유로 그 분은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말씀하시더라. 뭐, 교대를 나오고 오랫동안 교사 역할을 했다면 어깨 너머로 배운 지식으로도 충분히 부장은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걱정되는 건 누가 봐도 훌륭히 하지 못하실 부장감을 두고는 하기 전에는 능력있다고 추켜세우고, 막상 임명되면 그것 밖에 못하냐고 뒤에서 궁시렁대는 꼴을 보기가 참 어렵다는 거다. 동학년 의견을 관철시켜야만 유능한거고, 학교장의 처지를 이해하여 함께 돕자고 이야기하면 부족한 것일까? 뭐, 극단적인 경우들을 따지기는 그렇지만, 내 일이 아닐 때에는 사람들이 참 냉정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부장임명식을 할 때에는 그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일종의 인사권이라는 칼을 휘두른 교감에게 직언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될 지. 그래도 그 동안 돌아다녔던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 주면 고마운 거지.
뜨거운 박수와 환호속에 부장임명식을 마쳤다. 유도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누구 대신에 부장을 맡은 분들에게 대한 예의가 아닐지. 다만, 임명장을 받는 모든 분이 다 즐거운 표정은 아니었다. 특히나 어떤 학년 부장님의 작은 한숨은 앞으로의 고민이 될 것 같았다. 어쩌겠나. 충분히 예상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는걸.
학급 담임은 그래도 좀 나았다. 뭐 다들 싫어하는 6학년을 어쩔 수 없이 배정한 교감의 고충을 그래도 이해하신 듯 하니. 다만,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지는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 교사들에게도 맞는 학년이 있다고 생각한다. 1학년에 특화된 혹은 6학년에 특화된 분이 분명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전학년 돌려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다 싶지만, 그걸 또 전체 선생님들께 인정받기도 어렵지. 내 생각과 여러분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그냥 내 개똥철학이니 하고 묻어두련다. 아무튼 그 점수제로 굴러가니 그나마 덜 마찰이 생기는 듯.
조금 더 쉬운 일을 선호하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인간으로써 당연하다. 나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않고, 그런 사람들을 나무랄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누군가를 위한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고, 그것이 꼭 보상을 주지 않더라도 가능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들 속에서 보상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같은..
각박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참 부질없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갈 뿐이니, 그 변화에 발을 맞춰 제도가 변해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나는 그 와중에 서 있거나.. 혹은 그 구성원이거나. 그래도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이나 봉사를 할 때 드는 고양감은 참으로 크다. 그래서 그게 난 올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자리로 그들을 안내하면서 결국은 모두가 성공하는(?) 한 해이길 빈다. 누군가는 교감이 편하려고 좋은 소리만 한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선생님들이 잘 되어야 그 반 아이들이 잘 되는 것 아닐까? 물론 관리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그 책임을 더 크게 가져줬으면 하는 바램은 생긴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