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의 차이를 좁혀야 하기에
소통을 한다는 건 무엇일까?
소통의 창구가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알림장이나 가정통신문만 보내도 되었는데, 이제 SNS에 밴드에 유튜브까지. 디지털화되고 개인화되는 추세에 따라가다보니 여러 가지 방법들이 동원된다. 어찌되었던 알렸으니 소통은 한 셈이다.
정말 그런가?
주고 받는게 소통이라고 알고 있다만, 공공기관에서의 소통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특히나 여러 명과 관련있는 곳은 더욱 더 어렵다. 학교에서라면 그냥 학급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것도 분명 사람마다 다를거다. 그래도 서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혼자 운영하는 게 아닐텐데.
최근 학교가 달라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학부모들도 좀 더 공손해졌다고 하고, 의례적으로 하던 상담기간도 축소한다고 한다. 학교에 있는 나로써는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공손해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여전히 교장 바꾸라는 전화는 오고, 교육청으로 문의하겠다는 협박아닌 이야기를 듣곤 하니까. 뭐, 그런 것들이 다 악성민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 의견은 꼭 들어줘야 해'라고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의견이 아닌 강요가 되니.
소통은 불편하다. 하지만 필요하다.
때로는 벽에 막힌 듯이 이야기가 안 통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돌리고 돌리다보면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게 꽤나 오랜 시간을 잡아 먹고, 불필요한 언쟁을 하는 듯 하지만 그런 시간을 겪은 사람과는 비슷한 사례를 두 번 다시 겪지는 않는다. 뭐 수많은 학부모들 중 한 두 사람이겠지만 결국 그 한 두 사람의 의견으로 학교가 힘든 걸 생각하면 불편한 이 소통은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입장의 설명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듣지도 않는다고 해도, 교육이라는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그냥 단순하게 교과의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은 이미 인터넷 시대에서는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 EBS만 봐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젊은 선생님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가르치시는지. 단순히 지식전달자로써의 역할은 그냥 인강만 보면 된다고 본다.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할 지는 모르겠으나 뭐 학교 수업시간에도 집중 하지 않는 녀석은 똑같이 있더라.
교육이 단순히 교과서 진도만 나가는 게 아니라면, 결국 아이들의 인성, 사회성 등도 함께 가르쳐야 하는 건데, 이건 온전히 교사의 역할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어울리는 법, 호기심을 탐구의 영역으로 바꾸고, 시련과 좌절을 기회와 도전으로 바꾸는 데에 격려하고 복둗우는 역할 등은 컴퓨터, 인터넷으로는 너무나 어려운 영역이 아닐까 싶다. AI가 등장하면 뭐가 또 달라지려나?
내가 맡은 아이들인지 어떤 아이들인지 정보를 알고,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건지에 대해 학부모의 이해를 받고. 이런 것들은 학부모와의 소통없이는 매우 어렵다. 학부모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결국 나의 교육이 완성된다. 불편하긴 하다. 다 큰 어른들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건. 게다가 자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폭력적으로 변하기까지 하는 학부모를 상대한다는 건 쉽지 않은 기술이다.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학부모라는 영역도 결국은 교사가 안고 가야 하는게 아닌지.
소통을 한다는 건 온전히 내 입장만을 전달하는 건 아닐거다. 반대로 니 입장을 무조건 수용한다는 것도 아닐거다. 서로 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를 넓혀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일거다. 어느 쪽이든 아쉬운 순간이 있겠지만, 그걸 감내하면서 그 안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일거다.
일방적인 소통이란 건 결국 누군가에겐 폭력밖에 되지 않는다.
힘들고 괴롭겠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결국 소통은 필요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