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갱년기를 겪는 건가?
나이가 들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울음버튼에 좀 더 자주 반응한다는 거다.
원래 보통 남자에 비해 눈물이 좀 많다고들 한다. 남들보다 감정이입도 잘 하는 편이고, 요즘 MBTI로 말하면 F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공감못하는 일에는 나도 T가 되곤하지. 그래서 눈물이 나도 뭐 일종의 개성이라고 느꼈다. 영화관 깜깜한 곳에서 슬픈 영화보고 질질 우는 게 무슨 흠이 된다고. 불켜졌는데 눈 빨개진 것을 보이는 건 좀 창피하긴 하다만서도.
이게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건 아마도 아이들 졸업식이었던 것 같다.
6학년을 오래 했기에 그렇게 새로운 경험은 아니었는데, 3번째 학교였나? 그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졸업시키면서 눈물이 나더라. 그 해 아이들이 특히나 사랑스럽긴 했다. 애정도 많이 주었고, 속썩인 녀석들도 많았었다. 그만큼 공도 많이 들였고, 미운정 고운정들이 쌓였나 보다. 졸업식때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이들은 당황하고, 학부모님들은 박수를 쳐 주신다. 나는 혼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단하게 인사말을 했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아마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중언부언 했던 것 같다. 감정을 쏟아낸 그 후 사진을 찍을 때에는 변함없는 나로 돌아왔었다.
우연히 어떤 아이의 투덜거림을 듣고 말았다.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우셔서 기분 좋은 졸업식이 우울해 졌다고. 처음에는 비아냥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음은 편치 않았다. 3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한 두명이야 삐딱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섭섭했다. 그래도 1년 동안 같이 지냈는데..
지금은 안다. 그건 그냥 작은 투덜거림이다. 슬픔을 짜증냄으로 대신하는 아이들의 서투른 감정표현일뿐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애정이 없었다면 짜증도 없었을 터. 다만, 두서없이 마지막 인사를 한 듯 해서 그 다음부터는 동영상으로 찍어서 틀어주거나, 원고를 미리 써서 읽어주고 있다. 적어도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하고픈 말들은 명화하게 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요즘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난다.
몇몇 감동적인 장면만 나오면 눈가가 촉촉하다. 이제 뉴스를 봐도 그렇고, 세상에 이런 일이를 봐도 그렇다. 최근에는 애니매이션을 보는 데도 눈물이 나더라. 아니 애니매이션의 연출은 정말로 대단한게 감정선을 콕콕 건드리면서 나를 울린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도 훌쩍거리면서 핸드폰 속의 작은 화면에 감동하고 있다. 그 순간만 지나가면 머쓱한 순간이 온다. 뭐, 어쩌랴. 나 혼자서 골방에 틀어박혀 보는 건데.
내 울음버튼은 무얼까?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한 번 눈물이 나나보다.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고, 요즘에는 스승과 제자 사이 관계에서도 눈물이 난다. 이번에 본 애니매이션은 부랑아였던 아이가 그의 가능성을 믿고 검을 가르쳐 주는 내용이었다. 무도의 길이 쉬운게 아니기에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가 반항하는 건 당연할 터. 뛰쳐 나가려는 아이에게 또 다른 선생이 와서 그를 포기하지 못하는 스승의 마음을 전달해 준다. 그리고 그걸 이해한 아이는 다시 열심히 검을 배우고. 뭐, 그런 이야기. 뻔하디 뻔한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이야기를 이렇게 짠게 아니고, 괴물과 결투를 하면서 자기가 모시던 스승이 부상을 입을 상태에서 괴물과 일전을 벌이다가 중상을 입었을 때 그 회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을 때 필요한 검술'이라는 명제를 깨닫고, 지금이 그 때라 생각해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
가르친다는 게 어려울 때다.
하나의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한 명의 스승과 그 옆을 도와주던 선생이 있었다. 한 명이 여러 명을 변화시키기를 바라지만 교육이라는 길은 그리 효율적이진 않은 것 같다.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인터넷 강의를 따라갈 수 있을까? 삶의 태도를 가르쳐야 진정한 스승이고 선생이 되는 거지. 하지만 인성교육은 티가 나질 않는다. 점수도 없다. 그걸로 대학을 보내주지 않고 취업을 시켜주지 않는다. 괜찮은 사람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하나? 그 기준이 다들 본인에게 맞춰있을텐데. 참 어렵네. 비위맞추기가 거기 과목에 들어가 있는 것도 곤란한데 말이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질 때다.
다만, 수능을 2번 보려고 고등학교를 자퇴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싫었다. 이제 학교의 수명은 다해가는 구나. 그게 고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냥 학교는 가장 값싸고 좀 더 편리하게 대학을 가는 문일 뿐인건가? 사춘기 시절에 다양한 생각을 통해 자신의 삶을 계획해야 할 그 시절에 처지의 유불리만 따지고, 나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걸 '올바른 가치관'으로서 전달을 한 건지.
교직에 있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학교.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