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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Jan 10. 2024

하얀 눈의 무서운(?) 유혹

얘들아, 너무 신난거 아니니? 그래도 안전은...

정말 신나게 눈이 왔다. 창 밖을 보는데 눈과 아이들의 얼굴이 계속 오버랩된다. 1교시부터 온 눈이 잦아드나 싶더니만 다시 내리고, 그리고 다시 멈추고. 또 내리고. 대설예비특보가 내렸다고 했더니 맞는 모양이다. 일기예보가 맞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저렇게 하루 종일 내리면 퇴근할 때가 좀 걱정되긴 했다. 막상 퇴근할 땐 도로는 멀쩡하더라. 최고 수준의 우리 나라 공무원 일처리! 대단하고 감사하다.


입을 벌리며 눈을 먹고 있다. 친구의 손을 잡고 운동장에서 썰매를 타는 녀석들도 있다. 며칠 전 내렸던 비가 조금 고였는데 추운 탓에 땅이 얼어있어서 그런지 제법 썰매를 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했다. 그러니 어찌 그냥 지나치랴. 그 위에 미끄럼 치는 녀석들도 있고, 잘 안 뭉칠 것 같은 눈을 열심히 모아서 상대방에게 던지는 친구들도 있다. 


위험하진 않으련지. 늘 걱정은 된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순 없지. 사고가 날까 염려되지만 예상할 수 없는 사고에는 어떤 준비를 해도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머리는 지끈 아파온다. 학교측에서 과연 안전에 관해 무슨 조치를 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게 되면 저 눈싸움과 손눈썰매들, 미끄럼 타는 아이들을 모두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옳은 일일까? 


예고되지 않는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최선의 노력을 할 뿐이지. 선생님이 지켜본다고, 혹은 부모님들이 지켜본다고 사고가 전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전에 예방을 하고 주의를 줘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늘. 책임이고 뭐고를 떠나서 한 어른으로써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의무라고 생각하기에.


"교감선생님, 쟤가 흙을 던졌어요!"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짜증섞인 한 아이가 뛰어와서 이른다. 옷 뒤편을 보니 눈범벅 속에 흙이 조금 섞여 있다. 아마도 뭉쳐지지 않는 눈덩이를 만드느라 너무 깊이 팠나 보다. 


"이런 눈을 던졌는데 흙이 들어갔나 보네. 괜찮아. 털어줄께. 따로 다친데 있니? 그리고 너 입술도 파란데 이제 그만하면 안될까? 쉬는 시간도 거의 끝나가는데"


아이는 시큰둥 있다가 털어주는 동안 울리는 종소리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환하게 인사하고는 뛰어간다. 이런 바닥에 물이 있어서 미끌어질지도 모르는데. 뛰지 말라고 소리치는 내 말을 듣기나 할까? 


교감이 되니 걱정만 는다. 교사때에는 그래도 교장, 교감선생님이 방패막이 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 방패막을 내가 하고 있으니 부담이 크다. 조마조마하면서도 결국 내 방패막은 교장님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안 봐야 덜 규제할 것 같아서. 교육이라는 게 안전을 이유로 무조건 못하게 하는 건 아닌 듯 해서.


그래도 이 추위에 반팔을 입고 다니거나 (겉에 패딩은 던져놓은 채로) 슬리퍼를 신고 뛰어다니는 건 좀 말리고 싶다. 엄마가 허락했다나? 정말로??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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