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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Jan 12. 2024

젊지만, 의원면직하신 선생님께

숨어있는 즐거움과 보람을 찾지 못해 안타깝지만, 응원합니다.

교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교직에 회의감이 듭니다.

교사로서 보람을 잃었습니다.

의원면직을 택한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주변에 글들을 보다보면 가끔 이런 글들이 튀어 나온다. 아무래도 교육이라는 카테고리를 주로 보는 나의 성향(?)상 자꾸 추천되어 나오는 뉴스겠지.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 잘했다 잘못했다는 판단을 내리기엔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한 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그만두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학교가 그렇게 안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닌데.


최근에 봤던 글 중에서 '보수'에 관한 내용을 읽었다. 그 분의 면직소감을 요약하자면, 보수가 너무나 짜고, 호봉제가 불합리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호봉제이기 때문에 초임의 보수가 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높은 호봉으로 시작하지만 그래도 적은 건 사실이다. 게다가 비슷한 학력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그 나이때에 그랬고, 그런 현상은 40대가 되어도 계속 되니. 그런데 나보다 더 나은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그런거고, 나보다 더 안 좋은 친구들은 입을 꾹 닫고 있으니 비교대상으로 여길 수가 없더라. 단순히 보수의 차이로 좋고 나쁜 것을 결정하는 건 어리석다 느꼈기에 이제 보수 이야기를 들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내가 교직이 마음에 들었던 건 보수 때문은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젊지만 의원면직으로 떠나신 그들이 보수만 생각하면서 너무 일찍 그만둔다고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다만 보수보다 더 보람찬 것을 찾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소명의식 하나로 직업을 선택할 수 없고, 유지하려고 노력할 순 없다. 이 길을 가는 건 어찌되었던 본인의 선택인거고,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또한 응원한다. 그래 의원면직하고 사회의 어딘가에서 잘 살면된다. 습관적으로 의원면직할까봐 걱정하는 일부 사람들의 충고는 가뿐히 무시하셔라.


다만, 기존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못을 박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글 속에서 느껴지는 선배들에 대한 존중, 배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정말 천직으로 알고 있을 사람, 당신이 싫어했던 그 교직이 누군가에겐 절실할거라는 걸 잊지 마시길. 학부모의 갑질 민원들도 있겠지만, 많은 학부모들의 응원도 있고, 일부 버릇없는 아이들도 있었겠지만 환하게 미소지으며 아침 인사를 하던 아이들도 있었을 거다. 호봉제로 인해 나보다 많이 보수를 받지만 별 일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배교사들도 어찌되었건 그 순간을 다 견디면서 지내신 분들이고, 일부 반면교사가 있을 진 몰라도 세월의 노하우는 무시못한다는 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교직을 사랑한다. 아이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그들과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 받으며 크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관리직으로 넘어와서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지지하면서 더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려 노력하고 있다. 노력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는 있다. 그래도 학교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가끔 투덜거리고 힘들때도 있지만 끝까지 남아 있을 나의 직장이다.


의원면직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한 젊은이도 꿋꿋히 학교를 지키고 자기 것을 일궈내는 젊은이도, 모두 화이팅이다. 각자의 선택 속에서 각자 후회없는 길을 걸어가길. 다만 그 일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속에서 이뤄지길. 


이렇게 쓰고 나니, 굉장히 내가 꼰대스러워 보이네.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맘만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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