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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Mar 10. 2024

[책] 시대가 요구하는 조직이란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박웅현, 인티앤, 2023)

여덟단어라는 책을 꽤 괜찮게 읽었다. 누군가에게 강의하듯 씌여진 책들이 꽤나 부드럽고 쉽게 읽혔다. 당시에 논문을 좀 읽던 차여서 머리가 빡빡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머리 속이 가벼워지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이 드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 중간 관리자로서의 삶이 썩 편하지는 않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해법을 찾길 바랬다.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말에 너무나 공감했기에 무언가 큰 실마리를 기대했다. 


기대가 크면 늘 실망하더라. 이 책도 역시나 논리적인 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작들도 그랬는데. 요즘 심리학책만 읽다보니 너무 과학적인 근거에 설득되는 것 같다. 그가 잘못했다기 보다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이 틀린 거겠지. 그래서 11월에 사 놓고는 한 동안 방치. 


오늘 심심해서 굴러다니던 책을 읽다가 손에서 못 놓고 한 숨에 다 읽어 버렸다. 페이지 수에 비해서 듬성듬성 써 있는 분량덕분에 읽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일화 중심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만 학교라는 특수성에 빗대어 보자면 꼭 들어맞는 경우는 별로 없긴 하더라. 


역시나 중요한 건 리더. 충분히 열어주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과 한 두 번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꾸준한 반복이 필요하다는 점에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내가 잘 못하는 점이지.


부장회의 때마다 근엄한 표정으로 교장님 옆에서 인상을 쓰고, 매뉴얼을 중심으로 늘 부장들의 요구를 깎아 내리곤 했던 것 같다. 공직 사회라는 곳이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반복되니 무조건 해달라는 요구에 다 해 준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참 어려운 일. 반대로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쭈뼜대면 결국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주구장창 지루하게 이야기해야 하니 누가 회의를 좋아했을까?


광고 회사의 일감을 받아서 경쟁업체와의 PT에서 이겨야 하는 그런 조직에서의 문화와 공직 사회에서의 문화가 그대로 대입되긴 어렵겠지.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이건 안돼' '어림 없지' 계속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봤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궁시렁 대면서 결국 책장을 다 넘기고 말았다. 모처럼 순식간에 완독하는 순간. 그러고보니 책이 재미있었던 거네.


굳이 짧게 요약하자면,


지금의 시대는 해적의 시대인거고, 그런 시대정신에서 매뉴얼이란 없는게 당연하고, 그렇다면 배가 나아갈 방향은 선원들과 선장이 함께 정해야 하는 거고, 그렇기에 배 안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뭐 이런 것 아닐까?


쉽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편한 책, 하지만 해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벼운 책. 그러나 또 누가 알까?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유레카 하고 뛰쳐나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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