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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Mar 03. 2024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온 학부모에게

입학식에서 하고 싶은 말

갑작스럽게 입학식때 교감으로써 신입생 학부모에 한 말씀을 해 달라고 한다. 언젠간 닥칠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갑작스럽게 오니 볼멘 소리가 나온다. 교장선생님께서 하시면 되지 굳이 나까지! 그런데 어쩌랴.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고, 1학년 신입생들을 봐야 하는 1학년 선생님들은 시간이 안된다고 하니. 뭐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싶다.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달라요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의 차이를 검색해 봤다. 아무래도 보육과 학습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보육이 좀 더 중심이 되어 있고, 학교는 사회생활과 학습에 좀 더 중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개인별로 등원시간도 다르고,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자유놀이 시간도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달리,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의자와 책상에 앉아야 하고, 정해진 시간표와 정해진 등하교시간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를 이렇게 봐달라는 부탁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는 좀 덜 기대하는 것이 좋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고, 그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거다. 그게 좋던 싫든 말이지.


학습량이 많아져요


물론 유치원도 교육과정이 있지만 초등처럼 교과목이 있진 않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한글도 가르치고 영어도 가르친다고 하지만, 실제 국가교육과정 상에서는 1학년때 한글을 배우게 하니 공식적인 루트는 아닐거다. 그리고 그렇게 배워온다고 해도 3월에 다시 선 긋기부터 배우게 되니 오히려 학교 생활이 재미없어지는 비결(?)이 될 확률이 높다. 공부가 재미없으면 그 다음에는 뭐 아이들은 집중을 못하는 거지.


어찌되었던 선행학습은 별로라고 꼭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떨어지는 아이라면 모를까 초등 1학년 수준이 떨어질리가 없다. 학습에 좀 뒤쳐진다 싶으면 예습보다는 복습을 통해 보충해 주면 된다. 물론 3학년때가면 과목이 많아지고 수준이 높아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3학년 것을 미리 배울 필요가 있을지. 구구단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수학을 잘 한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그게 오히려 아이들이 자만하는 결과를 (특히나 남자 아이들..) 만들기도 한다. 선행학습보다는 적절한 학습을. 예전에 이런 슬로건을 본 것 같은데.


사회 공동체를 체험해요


입학하는 아이들의 나이대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큰 시기라고 한다. 연령발달상 그렇다. 그렇기에 협력한다는 것을 배우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데 그 시작이 바로 교실에서 일어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찌 모두 자기 마음에 들을까? 발표하려고 했지만 시켜주지 않는 선생님도 야속하고, 내가 하고 싶지만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맛있는 반찬은 더 주지 않고 맛없는 건 먹어야 하는 급식메뉴도 생길테고, 달리기에서 1등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경쟁도 경험하고. 혼자 있는 곳에서 내가 제일이었던 세상에서 이런 세상은 낯설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기에 이런 것들도 다 경험하고 이겨내야 하는 미션일 뿐이다. 


부모님의 조급함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제일 해 주고 싶은 이야기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고쳐줘야 하는 태도는 전혀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할 때 (물론 그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복둗워줘야 하는거지 그걸 대신 하는 건 부모의 역할은 아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아이가 못할수록 부모의 개입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아이러니한 건 그걸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과잉보호인지, 아니면 적절한 지원인지 적어도 제 3자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길 권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담임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전문성을 믿어주세요


1대 1로 제일 잘 가르치는 건 누구일까요? 내 생각에는 이 질문의 정답은 부모다. 부모만큼 자신의 아이를 잘 파악하고 가르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건 집이라는 범위에서 정답일 뿐이지. 여러 명이 어울리는 교실에서 아이를 제일 잘 관찰하고 가르칠 사람은 담임교사다. 못 미덥겠지만, 한 해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봐 오고 그 일을 10년 이상 계속해 온 사람들이 교사다. 경력이 많으면 많은대로 더 전문적이다. 그래서 나는 저학년에는 반드시 속칭 말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아무리 그래도 50대 정도다. 나이가 많으신 많은 선생님들은 이미 퇴직하셨다. 자의건 타의건.)이 훨씬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로 따지면 임상경험이 많으신 분들 아닌가? 그런 분들을 좀 더 믿고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 아이들과 함께 1년 동안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제일 잘 가르치는 건 지금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다. 경력이 많으면 그동안의 시행착오로 가르칠거고, 경력이 적으면 경력 많은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협업으로 시행착오를 채울 것이다. 그건 확실히 한 두 명의 내 자식만을 가르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예전에 1일 교사체험 제도가 있었을 때 학부모들이 한 시간 수업해 보고 다들 질려했던 것이 생각난다. 각기 다른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건 역시나 전문적인 일이라는 것. 그걸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 괜히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주절주절 썼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색깔있는 소제목이 아닐지.

입학식때 과연 나의 이야기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주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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