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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Apr 13. 2024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이 넘은 이유는 무얼까?

파묘 Exhuma, 2024

1000만이 넘었는데도 보지 않았던 이 영화를 드디어 봤다. 이유는 하나. 무서운 게 싫어서. 곡성을 보고도 꽤나 무서워했던 나는 이런 영화는 불 다 켜 놓고, 환한 집에서 딴 짓을 하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OTT에 나올 때까지 버틸려고 했으나... 많은 미디어에서 다뤄지고 있으니 점점 뒤쳐져지는 느낌이 들더라. 남들이 하는 건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결국 상영관을 찾아갔다.


이 감독의 전작이 어쩌니 저쩌니, 내용이 반일이라 뻔하다느니, 그런 비평따위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나의 느낌만을 믿을 뿐. 대신 이수지가 김고은을 패러디 했던 많은 유튜브 짤들이 생각나서 김고은 나올 때에는 조금은 집중할 수 없었다. 배시시 새어나오는 미소. 하지만 영화의 긴장감에 중반부터는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초반은 스릴러스러웠는데, 악령의 정체가 드러나는 뒷부분은 액션물이 된 느낌이었다. 재미있었다. 눈도 별로 감지 않고 잘 봤다. 내 옆에서 같이 본 사람은 별로인 듯 싶었지만. 사람마다 감정은 다른 거니.


아이들은 이런 영화를 안 보겠지? 분명 15세 관람가일텐데, 가끔 부모님을 따라서 보는 아이들이 있더라. 충분히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 딱히 이런 영화를 왜 보여주는 지는 모르겠다. 이순신 장군이 나오는 명량도 15세 관람가고, 극한직업도 15세 관람가인데, 아이들은 숏폼을 이어 이어 보던, 아니면 뭐 다른 경로로 보던 다 알고 있더라. 교실에 들어가지 않아서 이 영화를 봤는지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물어보면 몇 명은 나오지 않을까? 그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참아야겠다. 괜히 아이들에게 더 호기심을 일으키게 할 것 같네.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지.


철저한 오락물이라 생각했다. 파묘라는 행위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일상에 있는 무당이나 풍수지리가 아예 근거가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는 일. 종교도 어찌되었던 각각 존재의 이유는 있는게 아닌지. 그래서 보이는 현실과 그 이유를 영적인 것으로 찾는 시도는 꽤나 흥미로웠고 (이미 그런 소재를 많이 봤더라도) 나중에 그걸 우리의 역사까지 이어내려는 시도도 꽤나 참신했다고 본다. (누군가는 뻔하고 통속적이라고 할 지라도)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가 정해진 결말로 가는 거겠지만, 배우들의 열연이야기의 속도감있는 전개가 극적 재미를 줬다고나 할까? 무속적인 이야기는 어른들도 이 영화를 많이들 보시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하더라. (뭐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 어른들 중 하나겠지만) 그래서 천만이 되지 않았을지. 


이상하다고 믿으면 이상한게 되고, 그냥 소품이고 물엿으로 연출한 피고 다 세트장이라고 믿으면 시시한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중간에 최민식이 보국사에 들어가는 씬이 있었는데 불길하게도 개가 막 짖더라. 음악과 조명으로 음산하게 만들어서 "불길하다"고 느낀거지만, 시골집에 가면 늘 보는 풍경이기도 하기에 누군가에게는 그냥 일상일거다. 어찌보면 평범함과 불길함의 차이는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차이일지도. 그게 과하면 나는 과대망상을 할 수도 있고, 모든 일에 내로남불을 할 수도 있는 거겠지.


그냥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생각은 생각일 뿐. 그걸 누구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나름 재미있다고 느꼈기에 1000만이나 가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의 민속 신앙에 대한 고증, 풍수지리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여전히 잠복되어 있는 한민족의 아픔.. 이런 것들이 이 영화에 힘을 주고 있는 듯 싶다. 아, 그리고 최근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도 아주 중요할 듯.


한반도의 모습을 만들었다니. 기획하신 분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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