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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Jun 18. 2024

기본에 충실한 수업이었으면

오랜만에 신규교사의 수업을 보았다. 정말 한 시간 내내 작정하고 수업을 본 건 오랜만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수업비평(?) 혹은 감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교감도 수업장학이라는 걸 하니 나름의 소명을 다할 거라 생각했다. 


두근거리면서 수업을 봤다. 아마 앞에 계신 선생님은 나보다 더 두근거렸겠지? 중학년이었는데 아이들 재잘재잘, 나름 잘 토론수업도 하고, 모둠 발표도 하고. 수업은 재미있었다. 아이들도 활기찼고. 다만 결국 시간에 쫒기어 마무리를 못했다. 뭐 나도 초임때에는 그러했지. 뭐 어떠랴. 실패하면서 수업을 배우는 거라 생각한다.


꽤 기나긴 수업지도안, 신나게 활동했던 아이들, 교사의 긍정적인 태도. 뭐 하나 나쁠 것 없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계속 수업 시간 내내 갸우뚱 대었을까? 내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삐딱선 하나가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그래도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해주는 게 옳지 않을까?


수업에는 늘 목표라는 게 따라 온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동을 하는 거고, 마지막 평가는 늘 그 목표를 잘 달성했는지를 확인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맞춤법에 맞는 문장을 찾을 수 있다"고 하면 아이들은 적어도 그 날 공부한 맞춤법에 맞는 문장에 대한 내용을 익히고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그 활동이 자칫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마리오 게임 같은 다양한 활동을 넣어서 수업을 활기있게 한다. 


그런데 오늘 본 수업은 그 활기가 너무 넘쳤다. 모둠별로 점수를 더 따야 하는 그 상황에서 맞춤법 보다는 더 빨리 더 많은 점수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식(?)들이 연구되었고, 그래서 최고의 점수를 딴 모둠이 우승을 하게 되었다. 뭐, 활동의 중간 결과로서는 나쁘지 않겠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될까봐 걱정되었다. 역시나 모자라는 시간 탓에 결국 형성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뭐 다음 차시라도 확인하면 되겠지. 그렇게 위안을 삼고 말았다.


10페이지가 넘는 수업계획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보면서 얼마나 이 교사가 노력했는지 안다. 그렇기에 내 말은 더 삼켜지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지 저렇게 이야기 하는게 맞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본질적인 목표는 '당신이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렇기에 어찌되었건 부드럽게 난 신규 교사에게 이야기를 해야 겠지. 


재미있는 활동도 좋지만 기본이 좀 더 충실한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왜 교과서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왜 아이들과의 문답이 괜한 시간끌기라고 생각하는 지. 꼭 모둠활동이 있어야 하고, 경쟁활동이 있어야 할 지. 활기찬 수업이 나쁘지는 않지만 하루 4~6시간의 수업마다 활기차다면 그 또한 진이 빠질 뿐이다. 지루하지만 글씨를 바르게 쓰는 활동은 필요하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적합한 단어를 찾는 활동도 필요하다. 때로는 뻔한 길이긴 하지만 활동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는 것도 필요하고 모두를 위해 적정한 수준까지 친절하게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을 다 했을 때 재미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보여지는 수업이기에 고민이 안 될 리 없겠지. 

뭐, 이런 피드백 저런 피드백 받아서 결국 어떤 수업이 괜찮을지 본인이 판단하리라 본다.

다만, 그런 보여짐의 화려함 보다는 아이들이 잘 배웠는지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단단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뭐 나만 그런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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