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덜쌤 Jun 19. 2024

어서 싹이 자라나거라 기원하는 아이들

요즘 4학년 수업에 강남콩이 나오나 보다. 화단에 아이들의 화분들이 제법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작았던 싹들이 제법 커져서 이젠 꽃도 피고 꼬투리도 생겼다. 아이들도 신기한지 매일 점심시간마다 나와서 물을 주고 있다. 쓰담쓰담하면 쑥쑥 튼튼하게 크라고 좋은 덕담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보 보니 다른 화분에서는 딸기도 자라고 있었고, 수박도 있고, 감자 심은 학급들도 있었다. 올해 생태강사가 와서 그런지 아이들이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그 자람의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을 보며 나날이 커가는 모습에 감탄하듯 아이들도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감탄한다. 애를 쓴 만큼 성과가 보인다는 점에 흥분하는 거겠지? 다행히 식물들은 사람 손을 좀 덜타도 알아서 잘 크는 게 매력아닌가? (물론 나는 여러 화분들을 죽여서.. 식물을 제대로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뭐 크면서 그런 것도 깨달아가겠지..)


며칠 전에 학교 급식으로 수박이 나왔다. 화단에 있는 수박을 보고 필받은 건지 몇 명 아이들이 화단을 파고 그 옆에 수박씨를 심는 거다. 그리고 며칠 뒤엔 체리가 나왔고, 지난 번보다 많은 아이들이 나와서 체리씨를 화단에 심었다. 수박은 몰라도 체리는 나무일텐데. 먹고 난 씨를 바로 심는다고 나무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심는 마음이 예뻐서 옆에서 흐뭇하게 보았다. 물론, 화단에서는 잘 안 자라니 집 화분에서 부터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는 해 줬지. 안그래도 수박이 조그맣게 열렸는데 누가 쏙 떼어버려서 울상인 아이들도 있었으니.


무언가 크는 걸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식집사가 한때 유행이었던 적은 노력으로 결실을 얻을 있었던 효율성이 아니었던가. 아이들에게 적은 노력으로 제법 충실한 결실을 맺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면 가정에서 작은 화분을 아이들 몫으로 만들어 주면 어떨지. 


아이들 어렸을 때 볕좋은 베란다에서 이것 저것 키우면서 아이보다 더 행복해했던 아내와 나를 떠올려보면 ,그 사랑과 결실의 충만함은 꼭 아이들에게만 경험되는 건 아닌듯.


좀 더 행복해 지려면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본에 충실한 수업이었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