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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Jun 20. 2024

사랑을 하려거든 저 멀리서. 나한테 달라붙지 말고

아침에 등교할 때, 하교할 때마다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학교 근처의 횡단보도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리더라. 시커먼 벌레들이 날아다니는데 보통은 사람이 가면 도망가기라도 하건만, 이 녀석들은 그냥 짝짓기에 열중이다. 그러기만 해도 다행이지. 심지어 내 옷에 붙기까지 한다. 그런 녀석들이니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뭐, 파리만 날아다녀도 기겁을 하는데 털파리 두 마리가 공중에서 나에게 달려들때 그 충격이란.


사랑을 하려거든 저 멀리서 하지

굳이 내 앞에서 하고 난리인가?

다가오지만 않는다면 때리지는 않을텐데

뭐가 좋다고 나한테 달라붙기까지 하는가?


현관 문을 닫아 놓는데도 이 녀석들이 틈새로 슬금슬금 들어온다. 요 며칠 폭염때문에 낮에는 안 보이겠지 했는데 현관 틈새로 몇 마리씩 들어오더니 오늘은 교무실에서도 잡았다. 심지어 아파트에도 들어왔더라. 엘리베이터 타고 들어오는가? 뭐 생물이니 다 자기가 생존할 궁리를 하는 거겠지만 꽤나 불편하다. 



분명 매스컴을 통해서 이런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잘 안보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작년인가 근처 공원 산책할 때 소스라치게 놀랐었는데. 올해에는 건물 벽부터 시작해서 건물 안 까지 침투하고 있다. 작년보다 100배 급증했다지? 방충망을 설치했지만 어떻게 틈새를 알고 들어오는지. 모기도 여름 내내 앵앵거리는데 그에 비해서는 낫다 싶다가도 해충이 아니라는 말에 한편으로는 가엽기도 하고, 그래도 너무 많으니 혐오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피해가라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하나?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명이 1주일이라고 하니 며칠 더 지내보면 없어질 듯도 하다만 이렇게 특이한 벌레들이 계속 개체수를 늘렸다가 없어졌다가 하는 건 좋은 현상 같지는 않다. 예전에 중국매미였나? 그 녀석들이 나무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징그러웠는데 (나무의 진액을 빨아먹는 해충이다) 요즘에도 있겠지만 사람들 뇌리에선 살짝 잊혀진 것 같다. 이런 비슷한 녀석으로 대벌레가 있지 않나?


세상에 없던 코로나 라는 질병때문에 전세계가 셧다운 한게 벌써 몇 년전이긴 하지만, 생태적 재앙들이 하나 둘씩 출몰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말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다. 뭐 나는 살만큼 살았으니 어쩌겠냐만,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그래도 좀 안정된 삶이길 바라지 않는지. 그런 의미에서 생태환경교육이 좀 더 정교해지고, 실천 방법들이 전국민 아니 전세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물론, 이것조차 개별 나라나 기업들, 그리고 힘있는 몇몇 이들의 입장때문에 변하겠지. 그게 혹시나 환경적 재앙이 오지 않을까 염려되는 건.. 그냥 나혼자만의 망상이었으면 좋겠다만.. 이것도 바람.


아무튼, 저 러브버그(나는 그냥 털파리로 부르기를 좋아한다)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뭐라 해야할지 연구중이다. 해충은 아닌데 생태학적으로는 익충인데 그렇다고 귀엽지도 않으니 말이지. 대놓고 살충제를 뿌리는 것보다 (살충제가 그녀석에게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므로) 분명 친환경적인 다른 연구들이 생길거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중국매미 관찰하고 방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던 게 과학탐구대회에서 꽤 좋은 성적을 받았던 걸 기억한다만, 이 녀석도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겠네?


문제가 닥쳐야 해결할 마음이 생기면서, 새로운 영웅이 생기는 것. 

그게 아무래도 인간이 생존하는 이유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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