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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Jun 21. 2024

이런 뙤약볕에 무슨 운동장 체육을 하다니!

덥다 정말 덥다. 적어도 햇볕은 아니다. 그것도 낮의 뜨거울 때는 아니다.


그런데 이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 운동장 체육을 하는 반이 있더라. 

밖에서 보니 대부분은 벌써 지쳤는지 그늘로 삼삼오오 피해있고, 몇몇 열정적인 남자 아이들은 계속 열심히 달리고 있다. 역시나 구기운동은 남자 아이들의 꽃. 


슬쩍 선생님께 물어봤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체육 안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휴. 교감선생님, 그랬다간 아이들이 저를 잡아먹어요.


쉬엄쉬엄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고는 교무실로 들어왔다. 역시나 잠시 후 선생님이 내 핑계를 댔는지 아이들을 모두 모아서 교실로 데리고 올라가신다. 남자 아이들 얼굴은 빨갛게 익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그 반 선생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 아이들 괜찮았어요? 아까 힘든지도 모르고 뛰어다니던데.

안그래도 남자 아이 몇몇은 교실에 들어와서는 핑그르르 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당분간 운동장 체육을 안하기로 했어요.


도파민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에는 모든 고통이 사라지니 그걸 제어하는 건 결국 어른의 몫. 다음에도 그러면 교감핑계 대라고 했다. 이렇게 더운 날에 잘못하다가 큰 일 날 수 있다고.


아니나 다를까, 교무실에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이렇게 더운 날 운동장 체육은 아니지 않아요?

알죠. 그걸 알지만 때론 운동장에서 해야 하는 수업도 있어서요. 그래도 요즘 더우니 학급에 충분히 주의하시라고 안내드리겠습니다.


딱히 거친 말이 오간 자리는 아니었다. 차분한 의견 제시와 그에 따른 설명만 했을 뿐.

이게 좀 과하거나 말이 거칠어 지면 악성민원이 되겠다고 싶었다. 결국 교육과정을 짜고, 수업을 실행하는 건 교사의 고유권한이니 말이다. 아이가 집에 가서 무어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학교도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말이지. 굳이 전화기를 들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 담임에게 이야기를 해도 충분할텐데.


아래 지역에는 장마가 올거라는 예보가 있더라. 더우니까 조금 흐려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야 곡식과 과일이 익어나갈테니 마냥 흐리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 뭐, 자연의 변화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으니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겠지?


그나저나, 여름방학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더운 건 반칙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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