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원 이야기 (2)
인터넷 기사가 하나 떴다.
제목만 봐도 혈압이 살짝 오르는. 그 컴플레인을 받은 사람은 원장이고, 그 원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결국 위의 제목의 내용이다. 화질이 안 좋으면 더 좋은 화질로 사진을 찍어줘야 하는건가?
이런 식의 민원은 담임 때도 받은 적 있었다.
우리 반 홈페이지를 운영했을 때에 도서실에서 책 읽는 모습을 대충 찍어서 올렸는데, 한 학부모가 자기 애 사진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 때에는 딱히 민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뭐 내가 빼먹었나 싶어서 다음에는 잘 세서 올리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하하호호' 즐겁게 통화를 끊었지.
하지만 현장학습 다녀온 이후 옆 반에서 학부모가 비슷한 문제로 항의(?)하셔서 선생님이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살짝 달라졌다. 그 선생님은 정말 좋은 맘으로 찍어서 보내준 건데 아이 얼굴이 이상하게 나왔다느니 눈이 왜 감겼냐느니.. 이런 이야기만 늘어 놓으니 말이다. 저학년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무려 5학년 아이였는데.
동학년에서 선생님의 고충을 위로하고 이해하다 보니, 내가 찍어서 올린 사진들이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좋은 맘으로 했는데, 다른 반과 비교될 수도 있겠구나. 다른 반에서 우리 반 처럼 해달라고 하면 어쩌지? 모두 다 웃으면서 찍으면 좋겠지만 잘 안 찍힐 수도 있지. 내가 무슨 사진기사도 아니고. 아이들이 활동할 때 짬이 나서 슬쩍 슬쩍 찍은 걸 품질 운운하는 걸 얼마나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물론 나는 그 해에는 그냥 싹 다 무시하고 내가 찍고 싶은 대로 찍어서 사진첩에 올렸다. 다만, 빠진 아이 있나 없나 확인하면서 명렬표에 체크를 해야 했다.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한거겠지? 이왕이면 많은 아이들이 올라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다행히 나는 편안한 학부모님을 만나서 잘 지냈던 것 같다. 아마도 요즘이었다면 사진을 안 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개인정보 보호에 초상권이라는 문제도 있으니 조심스러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어쩌면 옛날이 너무 무관심했던 것 일수도.
아이를 키웠던 경험상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한다. 내 아이가 잘 나온 사진을 갖고 싶지. 그것도 이왕이면 화질도 좋은 걸로. 하지만 그걸 당당히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어쩌면 사진 찍을 시간에 아이들이나 제대로 보라고 톡 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어 줘서 감사하다는 말. 이거 하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걸 민원(?)으로 올려주는 사람은 없나?
그러면 더욱 열심히 찍어서 올릴 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