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25 청사록

소외된 TV 그리고 도파민 중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by 투덜쌤

모처럼 TV를 틀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는 그룹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요즘 아이돌이 4세대라고 하던가?

그래도 초등학교 아이들 트랜드 따라가려고 즐겨들었었는데,

담임을 안하고 난 뒤로는 확실히 덜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인피니트다 지드래곤이다 1등 후보로 나오는 걸 보니 반갑기는 하더라.


지드래곤 나오면 볼까 하고 좀 기다리면서 노래를 듣는데

순간 굳이? 기다려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맞다. 그냥 너튜브 보면 되는데. TV랑 연결도 되었으니 폰이나 탭보다 더 큰 화면으로 시청도 가능하다.

그런데 난 왜 이걸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이 들고 나니 너무 예쁘게 화장한 아이돌들의 잘 모르는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TV를 껐다.


하루에 TV를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생각해 보니.. 안 켠 날조차 많더라.

어쩌다 틀어도 거실에서나 울려퍼질 뿐.

각자의 폰을 들고 웹툰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거나...

더 이상 TV가 가족의 대화의 중심에 서질 못한다.

뭐 우리 집만 그럴까...


그런데 한 때는 주말 오후에 TV를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무한도전, 1박 2일. 그리고 개그콘서트. 뭐 그런 것들.

인기있는 드라마는 다음 날 고학년 학급에서는 수업 소재로 쓰이기도 했고,

유행어라는 것도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다 이해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 때가 그립다고 하면 꼰대가 되는 걸까?

함께 살고 있는데 가끔 나홀로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 그런걸까?

사회적 동물, 공동체적인 삶 뭐 이런 것들이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기기의 발달은 점점 개인화에 초점을 맞춰 '내가 좋아하는 것'외에는 관심없게 만드는 게 아닐까 두려울 때가 많다.

그것도 '알고리즘'을 통해서 계속 '도파민'을 공급해 대니 어린 아이들에게는 끊을 수 없는 중독이 될 수 밖에.


인터넷이라는 게 결국 세상을 이어주는 발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넓히긴 커녕, 관심있는 분야 좋아하는 것들도 점점 좁아지고 있지 않는지 슬슬 걱정도 된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자유도 필요하겠지만 해야 할 것을 회피하는 기술로 발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TV를 끄면서 참 이상한 결론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느끼는 때에는 결국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그 어떤 도파민보다 강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을 먹으면서 다 같이 재미있게 봤던 영화나 애니매이션을 함께 볼까 한다.

아니면 예전 무한도전 모음집이라도.


그게 안되면 뭐.. 아이들이 즐겨보는 영상 한 번 틀어보라고 하면 되겠지?

왜 그게 재미있는지 이야기하게 시키는 것도 나름 '대화'와 '소통'이 아닐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개학한지 한 달쯤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