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모처럼 TV를 틀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는 그룹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요즘 아이돌이 4세대라고 하던가?
그래도 초등학교 아이들 트랜드 따라가려고 즐겨들었었는데,
담임을 안하고 난 뒤로는 확실히 덜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인피니트다 지드래곤이다 1등 후보로 나오는 걸 보니 반갑기는 하더라.
지드래곤 나오면 볼까 하고 좀 기다리면서 노래를 듣는데
순간 굳이? 기다려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맞다. 그냥 너튜브 보면 되는데. TV랑 연결도 되었으니 폰이나 탭보다 더 큰 화면으로 시청도 가능하다.
그런데 난 왜 이걸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이 들고 나니 너무 예쁘게 화장한 아이돌들의 잘 모르는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TV를 껐다.
하루에 TV를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생각해 보니.. 안 켠 날조차 많더라.
어쩌다 틀어도 거실에서나 울려퍼질 뿐.
각자의 폰을 들고 웹툰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거나...
더 이상 TV가 가족의 대화의 중심에 서질 못한다.
뭐 우리 집만 그럴까...
그런데 한 때는 주말 오후에 TV를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무한도전, 1박 2일. 그리고 개그콘서트. 뭐 그런 것들.
인기있는 드라마는 다음 날 고학년 학급에서는 수업 소재로 쓰이기도 했고,
유행어라는 것도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다 이해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 때가 그립다고 하면 꼰대가 되는 걸까?
함께 살고 있는데 가끔 나홀로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 그런걸까?
사회적 동물, 공동체적인 삶 뭐 이런 것들이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기기의 발달은 점점 개인화에 초점을 맞춰 '내가 좋아하는 것'외에는 관심없게 만드는 게 아닐까 두려울 때가 많다.
그것도 '알고리즘'을 통해서 계속 '도파민'을 공급해 대니 어린 아이들에게는 끊을 수 없는 중독이 될 수 밖에.
인터넷이라는 게 결국 세상을 이어주는 발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넓히긴 커녕, 관심있는 분야 좋아하는 것들도 점점 좁아지고 있지 않는지 슬슬 걱정도 된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자유도 필요하겠지만 해야 할 것을 회피하는 기술로 발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TV를 끄면서 참 이상한 결론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느끼는 때에는 결국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그 어떤 도파민보다 강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을 먹으면서 다 같이 재미있게 봤던 영화나 애니매이션을 함께 볼까 한다.
아니면 예전 무한도전 모음집이라도.
그게 안되면 뭐.. 아이들이 즐겨보는 영상 한 번 틀어보라고 하면 되겠지?
왜 그게 재미있는지 이야기하게 시키는 것도 나름 '대화'와 '소통'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