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싸움이 어른싸움이 되는 현실싸움이 어른싸움이 되는 현실
1.
2학기 들어서 난리도 아니다. 왜 갑작스럽게 학폭이 이렇게 생기는 거지? 뭐 1학기때 참고 참았다가 학폭으로 제기한다고 하는데 한 번은 거쳐가야할 홍역이라 생각해도 갑작스럽게 덮치는 데에 정신이 혼미해질 수 밖에 없다. 그것도 1년에 1건 생길까 말까하는 그런 학교에서는 더욱 말이지.
2.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다.
참고 참았다. 담임 선생님께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학폭 신고를 한다.
여기까지 충분히 이해한다. 간혹 담임을 원망하시는 분도 봤다. 그런 일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모든 아이들을 어떻게 통제한단 말인가? 담임이 한마디 하면 아이들이 이야기를 잘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판단이 아닐지. 하물며 부모의 말도 잘 안 듣는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잘 들을까? 하지 말라고, 그러면 안된다고 주의 주지 않는 교사가 어디 있는지.
3.
하지만 이 학폭 관련 내용을 전해듣는 상대방 학부모의 마음은 이렇다.
우린 억울한 게 없는 줄 알아?
잘못한 게 있으면 아이들끼리 사과시키고 안그러도록 하면 되지 굳이 학폭까지?
일단 사과를 하지만, 안 받아주신다면 우리도 같이 학폭을 해야겠다.
여기에도 담임에 대한 원망을 하시기도 한다. 학교측의 대처도 원망하시고. 학폭이 생긴지 꽤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신다. 아이들의 피해를 회복하고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절차의 하나임을.
4.
벌을 주고 그 벌에 의해 낙인을 찍고, 일종의 전과자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는 건 어른들의 마음인 거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랬으니깐. 때로는 그러한 장치가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뉴스에 가끔 오르내리는 심각한 짓을 하는 아이들. 촉법소년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그걸 무기삼아 교묘하게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아이들은 어디서 알았는지 온갖 방법으로 해꼬지를 한다. 혼자가 안되면 집단으로, 물리적이 안되면 사이버로.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도 말이다. 참으로 무서운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하긴 배울 곳이 학교만 있는 세상이 아니지. 이제 사이버 세상에 모든 것을 빼앗겼으니 말이다.
5.
생각보다 아이들은 회복력이 강하다. 그렇게 싸우다가도 며칠 지나면 서로 화기애애 하다. 물론 그러다가 또 싸우기도 하지. 그런 경험이 늘면 결국 자기만의 방식이 생기는 법이다. 대등한 관계에서 나 자신을 지키고, 너를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한테 맞는. 그런 시행착오가 있어야 아이가 클텐데 불행하게도 내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못 보는 부모들이 많다. (어느 부모가 아이가 힘들다고 우는데.. 가만히 있겠냐 만은..) 해결방법의 종착점이 과연 학폭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오히려 그게 서로의 관계가 나쁘게 변질되는 시작점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6.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른들끼리 먼저 화해하는 거다. 아이끼리 화해하는 게 가장 우선이긴 한데... 담임선생님의 지도에도 안되니까 말이다. 관계 조정하는 외부 프로그램을 돌리려고 해도 결국 보호자의 승낙이 필요하니 어른들의 마음이 중요하다. 그 어른들도 부모다. 어느 누구도 상대편 아이는 불행해지고 우리 아이만 행복해져야 한다고 외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서로의 양육태도와 아이의 기질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알아야 한다. 모든 아이가 내 아이와 같지 않음을. 모든 부모가 나와 같지 않음을. 다르기 때문에 부딪히고 그런 부딪힘은 학교 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많이 벌어진다. 그 때 마다 늘 소송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는가?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낫지.
7.
물론 이런 말을 함부로 하지는 못한다. 마치 내가 '화해'를 종용하는 나쁜 학교측 인사가 되니 말이지.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비틀어 봐 버린다면.. 방법이 없다. 특히나 감정이 상해서 온 사람들에게 넉넉한 여유를 바랄 수 없다. 그러니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쓰는 수 밖에.
혹시라도 누군가 학폭때문에 마음이 아프시거든 꼭 생각해 주시길.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게 결코 지는 게 아니라는 거.
어쩌면 그게 아이가 한 번 더 변화하는 소중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