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
1.
원래대로 라면 오늘은 학교에 모두 출근해서 집을 옮겨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개학 연기 때문에 멘붕이 왔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내가 가도 그 교실이 치워져 있지 않으면 말짱 헛수고인데. 그래도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지. 사람들이 모두 집에 있으려나? 거리가 좀 한산하겠구나.
2.
차를 몰고 학교 가는 길은 보통의 월요일과 다를 바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꺼림칙한 거지. 아무리 전염병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사람들이 돌아가야 경제가 돌아가는 거지. 많은 차를 사이로 가로수 정비하는 분들의 모습도 보인다. 확산되면 큰 일이긴 해도 공포로 다들 겁에 질리는 것보다는 그 얼마나 평화로운 풍경인지. 가끔 마스크 안 쓴 행인들을 보면 좀 걱정되기도 하더라.
3.
교총 회장이 확진이라는 소리에 다들 놀랐다. 그 부인이 확진이라며? 하긴 전염병이 사람을 가릴 리가 없다. 다만 무서운 건 나도 모르게 전파자가 된다는 사실일 거다. 거기에 함께 있던 사람들 모두 검사해야 한다고 난리다. 사립학교 교장님들 많이들 가셨던데 혹시라도 악수하신 분들은 모두 자가격리하셨을려나? 남들한테는 방역을 요구하면서 나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면 ‘전염병판 내로남불’이 될 뿐이다.
4.
점심시간이다. 화기애애한 시간이 화기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고 밥 먹을 때도 한 발짝 떨어져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지난번 한정식 집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난다. 개인 밥상으로 나오는 편이 훨씬 깔끔해 보이는데. 그래서 난 오늘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 혼자 우리 반에서. 그게 맘 편하다.
5.
너무 공포스러운 것도 싫고, 너무 무관심한 것도 싫다. 개학연기되었는데도 출근해야 하냐는 어느 교사의 글을 읽다 보니 좀 가슴이 쓰리다. 교사이지만 우린 공무원이기도 한데. 교무실을 보니 개학연기때문에 전화 무지 받으시더라. 어차피 교사는 학기 중에 연가를 쓰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쓰면 되지 않을까? 신천지 교인이라고 출근하면 뭔 일 일어날 것처럼 협박하는 한 교사의 이야기는 정말 그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신천지라고 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건가? 그 모임에 나갔으면 사정 이야기해서 자가격리하면 되는데 누가 나오라고 한다고 그리 말하는지. 다만 내가 신천지인 걸 알리기 싫은 거겠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법인데. 그래도 불특정 다수를 향해 협박하는 저건 올바른 자세는 아닌 듯하다. 진정한 신도라면 실은 그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텐데. 아무튼 익명은 참 무섭다.
6.
신학년 준비야 집에서 해도 학교에서 해도 상관은 없다. 학교 나오라면 좀 귀찮기는 하지만 나는 공무원이니 나가야겠지. 어차피 동학년끼리 정해야 하는 문제는 카톡만으로 한계가 있으니. 짐정리 다했으니 이제 새 교육과정 공부나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