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평가, 동료평가, 성과급 평가..
1.
학년말이다. 평가의 시즌이다.
아이들의 일년생활을 통지표에 넣어주고, 그걸 다시 생활기록부에 옮겨준다. 교과는 물론, 창의적체험활동에서 부터 행동발달상황까지. 원래는 1년동안 충분히 관찰하고, 평가해서 넣어주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올해는 아무래도 그 전해만큼의 퀄리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헛소리를 써 주는 건 아니고.
2.
그런데, 통지표에 넣는 내용과 생활기록부에 내용을 꼭 같아야 할까? 글쎄, 내 생각은 아니다. (내 생각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겠지만)
생기부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것 자체가 훈령위반이기 때문에 똑같이 써 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한다. 해가 지난 다음에 공개된 서비스에서 확인하면 된다. (아마 평가의 공정함을 위해 당해년도 생기부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통지표 내용과 생기부 내용이 틀리게 되면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선생님들도 종종 본다. 내가 보기엔 이 말도 안되는 민원이 막상 제기된다면 나에게 올 부담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쓸데없는 민원은 좀 차단해 줘야 하는건 아닌가?
3.
이맘때에는 아이들 평가뿐만이 아니라, 교사들끼리 평가도 한다. 동료평가는 성과급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초등같은 경우에는 차기년도 학년배정, 교과배정, 그리고 부장 혹은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올해 내가 맡은 학년 학급 업무들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것도 당신보다 더.
결과적으로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힘든 순서나 어려운 순서는 꼭 순위를 매기게 되고 그 순위에 따라 일정 점수를 받게 된다. 누군 3학년을 해도 1학년처럼 어렵게 할 수 있고 누군 6학년을 해도 4학년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은 별로 따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서로의 학년을 비교한다니.
한마디로 불편하다.
학생들의 평가는 그들을 바람직하게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으로써 (뭐, 누구는 다른 생각이겠지만)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다. 중고등학교의 순위평가는 좀 다른 의미겠지. 초등은 아니다. (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어른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 아니다. (어른들은 성장할게 없어서 그런가?) 차라리 누군가가 평가해 준다면 그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겠는데, 우리끼리 우리를 평가한다니. 뭐, 그게 민주적인가?
내가 많이 어려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너보다 더 어려웠다는 것을 증명하긴 어렵다. 그런데 동료평가라는 건 일종의 누가 더 우수했냐는 걸 순위를 매긴다. 그것도 5가지 영역을 1등부터 꼴등까지.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점수가 나온다.
승진을 위한 평가는 솔직히 위에 몇 사람만 중요할 뿐이다. 그것만을 위한다면 큰 문제가 안될수도 있다. 승진을 위한게 아니라면 뭐.. 꼴등이면 어떻고, 꼴등에서 두 번째면 어떨까?
그런데, 그게 내년에 내 학년을 정하고, 교과인 것을 정하고 성과급을 정할 때에는 문제가 애매해 진다. 내 욕망이 너무나 구체화되는 시기. 그러다보니 나의 것을 부풀리기보다, 남의 것을 내려보게 된다.
“우리 반이 너희 반보다 너무 힘들었다”
“우리 학년은 내내 등교수업을 했다고”
“원격수업을 한 우리 학년은 쉬웠는지 알아?”
뭐, 이 정도로 막나가진 않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을까?
아, 싫다.
평가를 당하는 것도, 평가를 하는 것도. 내가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말이다.
분명 평가는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하는데, 왜 우리의 평가라는 게 순위매기기에 집중되는지.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이 세상이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지.
아니면 내가 너무 이상주의에 빠져살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