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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Sep 11. 2019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흑백 브루클린

100통의 흑백 필름과 함께 떠난 뉴욕 여행


뉴욕을 덮은 거대한 눈 - 비행기가 결항되다  


시애틀의 밤은 평온했는데, 내가 이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뉴욕 위에는 거대한 눈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나 보다. 시애틀에서 나를 재워준 친구에게 인사하고 공항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휴대폰은 불길한 진동을 내며 내 발길을 멈췄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이틀씩이나...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에어비앤비 숙소 아까워서 어떡하지!”였다. 3월 13일부터 3월 20일까지 예약을 했는데 15일에나, 그것도 저녁 늦게 뉴욕으로 들어간다니. 여기서 아끼고 저기서 아껴가며 다니는 여행이라 마음의 타격이 컸다.

▲ 짐을 들고 문을 나서는 순간 문자로 날아온 벼락…



필름 100통

나름대로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이런 예상치 못한 순간 앞에서 느끼는 것이 딱 하나 있다. 언제 티켓을 사야 가장 저렴한지, 어떤 숙소에서 묵어야 여러 혜택을 누리는지, 어느 시기에 어디를 가야 가장 재밌게 다닐 수 있는지 등 이런 '여행 노하우' 따위보다 마음 편하게 여행하려면 우선 돈이 많아야 하는 것 같았다. 여행 예산이 넉넉했다면 이렇게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로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내 철저한 계획과 계산에 대한 손실을 더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는 나의 가난한 여행자의 주머니 때문에 내 마음도 아팠다. 그렇게 비 맞은 생쥐처럼 축 처져 이런 비관적인 생각들을 하면서 시애틀에서의 엑스트라 이틀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 Potato Couch를 있는 그대로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우선 낙담한 마음을 타코 하나로 조금 달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로봇처럼 반복해서 말하는 항공사 직원에게 볼멘소리를 조금 하다가, 가족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그다음에 뉴욕 브루클린의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 Sandra에게 연락했다. Sandra는 뉴욕에서의 숙박 기간이 짧아져서 어떡하냐면서 나의 딱한 상황을 나만큼이나 안타까워해 줬다. 본인 아들도 파나마에서 뉴욕으로 오던 중에 비행기가 연착돼서 못 오게 되었다고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뉴욕 다음 나의 목적지는 파나마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애틀에 묶여 버리게 된 것만 같았던 무거운 나의 마음이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뉴욕에 있는 Sandra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곳 뉴욕의 바쁘면서도 활기찬 기운이 조금씩 메시지를 뚫고 내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며 앞으로, 뉴욕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었다. 괜찮아, 곧 시애틀을 떠날 수 있어!


▲ 제대로 보이는 것은 없지만, 공기만으로도 설레는 뉴욕의 밤

떠나는 날 조금이라도 아쉬워하면 비행기가 또 연착될 것만 같은 미신 섞인 불안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애틀을 떠났다. 비행기가 출발할 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언제라도 승무원이 “죄송하지만, 뉴욕 위의 눈구름이 아직도 그대로네요. 모두 내리세요. 그 대신 무료로 땅콩을 무제한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할세라 마음에 안심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난생처음으로 승무원이 “기장님께서 안전띠 착용 사인을 해지해주셨으니 화장실을 다녀오셔도 됩니다"라고 말하고 나서도 한동안 안전띠를 풀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착하니 매우 늦은 저녁이었는데,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답게 타임스퀘어 광장은 낮보다도 눈이 부시도록 네온사인들이 말 그대로 발광하고 있었다. 뉴욕의 밤거리를 보자 드디어 내가 무사히 여기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나의 호스트들, Sandra & Cary


에어비앤비 경험의 신기한 점은 숙소를 고르기 전에 누군가의 집 구석구석의 사진을 보고, 집주인과 소통을 한참 하고 나서도 그 집이 실제로 어떨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숙소 주인마다 다른데, 누군가는 메시지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불안할 정도로 정보를 직전까지 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단지 내가 익숙한 것과 다를 뿐이지 딱히 “이래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 에어비앤비 경험의 신기한 점은 만나기 직전까지 “이건 무슨 뜻으로 한 대답일까? 웃으면서 말했을까, 정색한 걸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너무 차가워 보일까? 소심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더 친절하게 대답해야 하나?” 하며 주고받은 메시지의 단어 하나하나와 사진 속의 작은 섬세함을 현미경 아래 두고 관찰하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을지라도, 집 앞에서 주인을 만나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명료하게 들어맞으면서 그 사람의 전체가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Sandra를 보자마자 “아하!” 하고 지난 우리들의 대화가 실제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생각하고 마음 담아 쓴 것으로 다시 읽혔고, 안전하게 집으로 온 기분이 들었다.


이 숙소를 정했던 것은 사실 숙소 자체보다도 호스트들의 자기소개가 마음에 훅하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프로필에는 첫 문장에 자신들이 음악에 있어서 열정적이라고 쓰여 있었다. 난 사진을 하고 있지만, 음악은 내 정서에 매우 큰 부분을 자리하고 있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도 아빠가 틀어놓은  CD에서 나오는 Billy Joel, Elton John, Carpenters, Don Mclean 등을 흥얼거리면서였기에, 내 영어는 어딘가 모르게 서정적인 부분이 있다. 에세이를 쓸 때도 말이다. 그런 내게 Sandra와 Cary의 자기소개를 보자마자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했던 숙소의 Sandra는 아프리카 전통 문양의 치마를 입고 머리에도 아름다운 천을 두르고 있었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마치 지금 하루를 한참 시작하고 있는 사람 같은 집중력이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늦게 온 나를 위한 배려였던 것 같다. 


집은 뉴욕 특유의 폭이 좁고 안으로 긴 굴 같은 형태였는데,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 위로 올라가면 아주 아담한 내 방이 나왔다. 당시 나는 짐이 정말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많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캐리어 하나에 배낭 하나였지만, 캐리어는 꽉꽉 채우고 눌러서 땅땅하고 무거웠고, 내가 메고 온 배낭은 내려놓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이 모든 것을 본 Sandra는 아무 말은 하지 않았다. 한쪽 눈썹을 이마 위쪽 끝까지 올리고 놀란 표정을 지을 뿐. 그리고 말없이 남편 Cary가 불려 나왔다. Cary는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에 있을 법한 할아버지였는데 아이보리 셔츠에 옅은 연두색 페이즐리 무늬가 상큼하니 귀여웠다. 하지만 도움을 구하기 위해 불러온 Cary에게도 내 가방은 너무 무거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도 아마 이날은 내 짐 때문에 무리했을 것이다.


방으로 올라온 후 Cary는 무언가 질문을 하고 싶은 것 같이 검지를 들고 문장의 시작을 내뱉을 것처럼 입을 열었지만 이내 시간을 기억했는지 "Have a good night"라고 말하며 문을 닫았다. 나 역시 아직 이들에게 어디까지 내 이야기를 설명해주어야 할지-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내 짐들은 또 집 나온 사람처럼 저렇게 많은 이유를 알려줘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라, 변명 같은 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Thank you, sleep well."이라고 인사했다.


▲ 뉴욕의 에어비앤비 방


내 방을 돌아봤다. 돌아볼 만큼의 깊이는 없어서 사실 문을 등지고 서 있으면 벽의 모든 면이 다 보였다. 내 캐리어와 배낭은 겨우 침대와 테이블 사이에 끼어 들어갈 수 있었는데, 행복했다. 뉴욕이었다.




드디어 브루클린 길거리로!


Sandra의 집은 브루클린의 Cortelyou Road station이라는 곳 근처에 있었다. 내 숙소가 브루클린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나는 주로 젊은 예술가들이 사는 지역을 찾아다니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애들이 몰려 사는 데는 항상 값싼 음식도 많고, 개성 있는 카페들, 재밌는 책을 파는 책방, 그리고 길거리에서 각자만의 아트를 하느라 본인이 내 뷰파인더 속의 주인공이 되는지도 모르는 애들 투성이었다. 여기에 있으면, 내가 여기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보이면 경계하는 시선이 느껴졌다면, 브루클린에서는 여기 사는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내가 여기 있어도 된다는 듯한 확인을 받곤 했다. 너무나도 자신의 것에 집중하는 나머지 내가 무엇을 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한 자유로움. 그런 느낌은 깍쟁이들이 많은 뉴욕의 맨해튼이나, 무엇이 재밌는지도 모르면서 사진만 찍어대는 관광객들이 많은 타임스퀘어 부근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질감과 자괴감만 들뿐.


▲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역으로 가는 길. 내가 가장 자주 마주하는 것들이었다.


나는 주로 여행을 할 때 무언가를 봐야겠다고 정해 놓은 적이 없었다. 첫날은 숙소 근처를 걷고, 둘째 날은 숙소와 멀리 있는 곳의 역에 내려서 그 근처를 걷고, 셋째 날은 다른 역에서 내리고, 그렇게 매일 다양하게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날은 다시 숙소 근처를 걷는 것만이 내 계획이다. 주로 마음이 이끌리는 곳을 향하는데, 그 이끌림이 무엇인지는 가봐야만 안다. 어느 길모퉁이를 탁 들었을 때 더는 흥미로운 요소가 하나도 없다면 다른 길로 틀고, 만약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신기한 향이 난다? 재밌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중하며 보고 있다?) 그 방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의 끝에서 기록한 나의 사진들이다.


▲ 남자친구가 술을 마셔서 데리러 갔는데, 시험기간이라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던 남자
▲ 나만큼 고민이 많아 보였던 여자
▲ 로또 번호라도 적는 걸까? 숨기면서 쓰고 있는 남자 뒤에 그것을 지키고 있는 남자의 사진
▲ 첼시의 어느 갤러리에서 햇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 겨울의 뉴욕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면이 있다. 바삐 움직이고 활짝 피어 있어야 할 것들이 잠시 쉬고 있는 듯 한 모습
▲ 뉴욕 사람들의 손에는 신기한 것들이 종종 있다. 새장 안의 앵무새 같은 것도!



마음이 이끈 나만의 브루클린 명소 

그렇게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다니면서 발견한 명소들이 몇 개가 있었다.


Bedford Avenue 역에 내려서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Kinfolk 90이라는 장소가 나왔다. 처음에는 유명한 잡지사 킨포크가 오프라인 매장이 다 있었네? 하고 들어갔었는데, 알고 보니 카페 겸 저녁에는 바 겸, 자신들이 만든 다양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 안에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었고, 그날 저녁에는 내가 열심히 디깅해서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찾은 디제이가 플레잉을 한다는 포스터가 있었다. 이런 것들이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브루클린에 다시 한번 흠뻑 빠져버렸다.


브루클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아마도 Williamsburg 지역일 것이다. 다양한 카페들도 많고, 비닐 레코드를 판매하는 곳들도 많아서 구경거리가 많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레코드플레이어가 없기도 하고, 어떻게 구경해야 좋은 레코드를 발견하는지 (혹은 어떤 것이 좋은 레코드인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실망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다가 McCarren Park라는 공원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 공원은 센트럴 파크보다는 매우 작았지만, 한눈에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그 추운 날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람들, 그 추운 날에 반팔 셔츠만 입고 벤치에 누워서 자는 노숙자, 등 정말 극과 극의 풍경들이 있었다. 뉴욕은 어마어마한 도심 속에 이렇게 크고 작은 공원들이 참 많았는데, 밖은 시끄럽지만, 공원 안에만 들어오면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해지는 그 반전이 신비로웠다. 10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여름에 다시 한번 꼭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 너무 추워서 아주 잠깐 있었지만, 많은 것을 본 것 같은 McCarren Park. 얼음을 찍으니 브이를 하며 지나가던 사람.


음악을 열정적으로 좋아한다던 Cary에게 숙소 근처에 음악이 좋은 바를 추천해달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펍을 알려줬다. 밖에서 봤을 때는 아저씨들만 있는 스포츠 바였는데 안으로 긴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지역 DJ들이 번갈아 가며 노래를 틀고 있었다. Marvin Gaye에서 Kanye West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모두가 환호성을 내고 춤을 췄다. 그 바에서 시간을 보내고 DJ 세션이 끝나서 나와 걷다 보니 낮에는 다 닫아있던 곳들이 이제는 각자의 개성으로 가득한 바가 되어 있었다. Cortelyou Station 근처의 바 거리를 걸으며,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랑 허리와 어깨가 아플 때까지 춤을 추고 나오니까 한겨울의 뉴욕도 나쁘지 않았다!




'모험을 떠나는 자'를 위한 호스트의 추천곡


마지막 날 11시쯤 택시를 부르기 전에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려고 Sandra와 Cary를 불렀다. Sandra가 어디로 향하나고 물어서 파나마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이 어땠는지, 다음 여행은 어떨지, Sandra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조용히 있던 Cary가 손을 들고 말했다.


“I gotta ask you something. What’s up with all this… stuff?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 궁금한 게 있어요. 이 짐들, 이건 다 왜?”

“I’m crossing the Pacific on a yacht for 5 months from Panama back to Korea  5개월 동안 요트를 타고 항해해서 파나마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짐이에요.” 


“Who’s yacht is it…? 누구 요트예요?”

“It’s a Korean captain’s boat 어떤 한국인 선장 배에요”


“Do you know how to sail? 항해를 할 줄 아나요?”

“No not at all, it’s my very first time 아니요! 처음이에요"

“What are you going to do on the boat? 배 위에서는 뭘 할 거예요?”

“I’m going to document the process 과정을 사진으로 담으려고요”


“What if there is a storm? 태풍이 불면 어떡하지?”

“Then it will come! 태풍이 오면 오는 거죠!”


사실이었다. 태풍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온다면 오는 것이고, 만나기 싫은 손님도 아니고 내가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는 태풍이 두려워서 궁금한 항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Cary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아이팟을 꺼내면서 말했다.


“You should listen to Minnie Ripperton’s <reasons>. You sound just like her. It’s everything you said in a song. 미리 리퍼트의 “이유들"이라는 곡을 꼭 들어봐요.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이 이 노래에 있어요.”


고맙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다. Sandra와 Cary는 대문에서 아직도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일주일 내내 품던 궁금증이 한 부분에서는 풀렸지만, 더 큰 궁금증을 남기고 떠나는 나 때문에 조금은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말한대로 는 내 인생 최고의 모험을 떠나기 위해 그 전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내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인생의 본거지인 뉴욕으로 왔던 것이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앞으로 갈 일만 남은 것이다. 휴. 이젠 파나마로!



Epilogue: 태평양 항해를 하며 쓴 일기


5월 15일

New York Airbnb 때 주인아저씨가 나의 항해 이야기를 듣고는 갑자기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며 Minnie Riperton- Reasons를 추천해줬었다. 요즘 여기서 가장 많이 흥얼거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Minnie Riperton은 러빙유라는 노래로 유명해서 알고 있었다. 사랑스럽고 간드러진 연약한 목소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reasons라는 노래는 정반대로 굉장히 강했다. 찢어질 듯한 고음에서 나오는 힘, 가사가 말하듯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실현하기 위한 열정이 지금 나의 상태와 같다고 생각했다. 크루들이 하는 얘기들이 듣기 싫은 얘기 투성이다. 눈을 감아도 이야기를 피할 수가 없어 머리를 뒤로 젖혀 거꾸로 된 상태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 새로워 보일까 싶어서. 이런 나날들 속에서, Reasons를 생각하며 결의를 다지고 버티고 있다. 돌아가서 Sandra와 Cary에게 내 항해가 무사히 끝났다고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에어비앤비 작가, 임수민 


나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잊고 사는 순간과 사람들을 흑백 필름으로 찍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임수민이다. 때로는 한국에서, 때로는 갑자기 이끌리는 외국의 도시에서 찍기도 한다. 

어떤 도시가 끌리기 까지는 논리적인 이유보다는 감정적인 요소들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한 마디로 찍고 싶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나는 그곳으로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게 되더라!


인스타그램_ @sooeatsyourstreetforbreak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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