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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Oct 07. 2019

번아웃증후군의 처방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전북 부안 


"안녕하세요. 여행작가 김정흠입니다."


나를 소개하는 멘트는 간결하다. 점점 간결해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 사실 예전에는 조금 더 길었다. '사진을 찍고, 글도 씁니다'라는 이야기라든지, '여행 콘텐츠를 기획해요', '가끔 강연도 합니다' 따위의 것들이 나를 수식했다. 다 먹고살려고 그러는 거였다. 내가 누군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니까. 사람들은 여행작가가 그저 낭만적인 직업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3천 개쯤 되는 고난과 역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어디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겠냐만). 하루에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편집한 뒤, 글과 어우러지게 만드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 해뜨기 전부터 셔터를 누를 포인트를 찾아 대기하거나, 사진 한 장을 위해 수풀을 해치고 들어가는 일도 다반사다. 취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관계자과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고, 콘텐츠 기획 회의를 요청하는 여러 클라이언트 담당자의 메시지에 수시로 답장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날씨는 또 어떠한가. 취재 당일의 일정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이자, 여전히 적응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니 감내할 수밖에. 단 한 컷의 사진을, 단 한 개의 콘텐츠를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비교해보는 것도 바로 그 ‘낭만적’이라는 여행작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여기에 프리랜서라는 대전제가 깔려있기까지 하니, 각종 행정 업무들 역시 오롯이 내 몫.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일상에서 '루틴'이라는 게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맞다. 최근의 내 이야기다.




# 도망치기로 했다


영락없이 불면증이었다. 해가 창문을 두드리는 그때서야 겨우 잠드는 날이 많았다. 원인은 언제나 그렇듯 스트레스.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량이라는 걸 알면서도 달려든 게 실수였다. 머릿속은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서로 얽히어 들었고, 편두통이 찾아오는 간격은 점점 더 짧아져만 갔다. 나름대로 단련된 정신력의 보유자라고 자부해왔건만, 이제는 슬슬 버티어 내는 것조차도 힘들어졌다.


도망치기로 했다. 이 모든 문제로부터. 그래야만 했다. 마냥 놓아버릴 수는 없겠지만, 며칠만이라도 아무 고민 없이 지낼 공간이 필요했다. 숨어있기 좋은 방을 찾아야겠다. 에어비앤비를 뒤지기 시작했던 건 생존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아무래도 이전에 친구들과 다녀왔던 울진 에어비앤비에 관한 기억 때문이었으리라. 파도 소리가 스며드는 마당에 주저앉아 넋 놓고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던 그 날이 그렇게나 간절했다. 최대한 구석진 곳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찾고 싶었다. 조용하기를 바랐다. 아무도 내게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랐다. 틈날 때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비교적 생소한 지명을 검색해 살펴보기를 여러 차례. 그렇게 마음에 쏙 드는 공간 하나를 발견했다. 볕이 잘 드는,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는 목조 주택의 작은 방이었다.


기어이 도망치겠다는 사람을 붙잡았던 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로고와 안내문이 차례로 등장하며 10여 초나 뜸을 들이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하릴없이 두드려댔다. 마음이 급했다. 아니, 간절했다. 메인 화면이 뜨자마자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의 주소를 입력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는 그의 제안마저 뿌리쳤던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서울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깊숙이 밟아 넣었다.

▲ 숙소 앞에서 만났던 은하수

에어비앤비에 도착한 것은 이미 해가 저문 후였다. 가로등도, 오가는 차량도, 길가에 건물 한 채도 없이 적막한 이곳에 내가 예약해 둔 곳이 있다니. 꽤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은하수가 눈앞에서 쏟아지고 있기까지 하잖아. 원했던 그 공간이라는 걸 직감했다. 호스트를 만나 내가 머물 공간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차량 뒷좌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짐을 챙겨 방으로 옮겼다. 호스트는 이곳에 종종 머무는 안도현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이라며, 방 옆에 달린 명패를 보여주었다.


“시인께서 직접 쓰신 명패예요.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여기 이 작은 방이 제일 좋다고 하십니다. 허허.” 


그러고 보니 조용히, 혼자 머물기에는 이만한 공간이 없겠다 싶었다.

▲ 안도현 시인이 직접 써넣었다는 명패

창문을 열고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털썩. 유난히 큰 소리가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눈을 감았다. 낮에 클라이언트와 회의했던 내용이 머리를 메우려 들었다. 그 찰나를 공략하다니, 치사하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업무 상황을 점검하는 건 ‘비자발적’ 워커홀릭이 된 내겐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방심한 틈을 타 녀석이 찾아온 것이었다. 고개를 휘저었다. 만화에서 잡념을 없애려는 캐릭터들이 종종 하는 그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했다. 효과가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풀벌레 우는 소리, 파도가 일정한 간격으로 해변과 맞닿는 소리가 적절히 어우러져 귀를 간지럽혔다. 조금 전 호스트와 대화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들이다.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들었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 누군가가 옆에 있음을 느낀다면


여기는 전라북도 부안이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곳. 바다와 산이 있고, 계곡과 들판이 어우러지는 곳. 저녁마다 아름다운 노을이, 밤마다 하늘을 수놓는 별들이 마음을 보듬어주는 곳. 어딜 가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목적은 그것들을 좇기 위함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나를 괴롭혔던 모든 것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고 싶었다. 북적거리는 곳은 피하고, 사람들이 없는 순간과 공간만을 찾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이제 막 시작된 셈이었다. 

▲ 방에 놓인 책상에는 아침마다 햇볕이 내려앉았다

새벽에 눈을 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맛봤던, 가장 달콤한 잠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푹 잘 수 있었다니. 왜 여태 이렇게 잘 수 없었던 거지? 괜한 투정을 부리며 두 팔을 쭉 뻗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책상에 놓인 스탠드 조명을 켰다. 은은한 빛이 작은 방을 밝혔다. 의자에 앉았다. 무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목적으로 책상 앞에 앉는 게 이리도 어색할 줄이야. 밤새 바람에 뒤집힌 커튼을 정돈해 두고는 하늘과 바다, 땅의 경계에 스며드는 붉은빛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방에 놓인 책들은 호스트의 배려였다

잠이 묻은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노트를 발견했다. 이 방에 묵었던 이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이었다. 낡았는지 너덜너덜한 그 방명록에는 각기 다른 필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문장이 담겨 있었다. 묘한 동질감에 한 장, 한 장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2년 전 누군가는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머물렀다. 불과 며칠 전에 이곳에 왔던 사람은 연인과 헤어지고 남은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왔단다. 지난 4월의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다짐을 하기 위한 여행을 했고, 작년 여름에 찾아왔던 이는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풀 내음과 소금기를 함께 머금은 바람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방 안에서 맴돌았다.

▲ 방명록에 남겨진 다른 이들의 흔적은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방명록으로 동지를 얻었다. 이곳에 도착해서 한숨 자고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라든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는데...’ 따위의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졌다. 멋진 동지들과 함께 3일의 시간을 최대한 게으르게 보낼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든든했다. 기세를 몰아 책을 꺼내 들었다. 몇 달 전, 늘 여행을 떠나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선배가 오랜만에 신간을 냈다며 사인과 함께 건넸던 책이었다. 이제야 펼치다니, 선배 미안. 이번 여행에서 카메라(여기서까지 일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손에 없으면 불안한 녀석이라...)와 더불어 유일하게 챙긴 게 이 책이었다. 선배의 글은 늘 좋았으니까. 선배는 독자들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번 책에서도 사랑과 사람, 여행, 외로움을 써 내려갔던 선배의 지난 수년간의 생각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을 터였다. 선배의 책이 이번에도 나를 다독여줄 것만 같았다.




# 바람이 건네는 위로


햇볕이 적당히 창문 틈새로 들이치는 시각, 거실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호스트가 다가와 아침식사를 건네며 물었다.


“어디 다녀오실 곳이라도 정해두셨나요? 여기가 다른 곳에서 좀 동떨어져 있지요? 여기에 계시다 보면 좀 심심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나는 호스트에게 그저 쉬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호스트는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다며 미소를 지었다.


“근처에 딱 알맞은 곳이 있어요. 내소사에 한 번 가보세요. 전나무로 꽉 찬 숲길이 정말 좋아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겁니다. 평일이니까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괜찮은 제안이었다. 토마토 과즙이 터져 나오는 샌드위치가 사라지고, 커피잔이 하얀 바닥을 내보일 때 즈음 머릿속에서 오늘 하루의 여행을 대강 그려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당연히 내소사. 

▲ 호스트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는 정말 최고였다
▲ 코스모스와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숙소 앞으로 펼쳐졌다

이른 아침에도 내소사 입구는 북적였다. 버스 두 대가 사람들을 한참이나 쏟아내고 사라진 직후였다. 입구에서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다. 식당 앞에서 끊임없이 같은 멘트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산에서 직접 캔 나물과 집에서 손수 담근 장으로...” 죄송하게도 이곳에 있는 식당을 이용할 생각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자, 아주머니는 다시 단체 관광객들을 향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을 맛깔나게 내뱉었다. 아주머니는 기계처럼 그 문장을 너댓 번이나 더 반복하고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단체의 끝자락이 저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나도 슬슬 몸을 움직여 내소사 경내로 들어서기로 했다.

▲ 내소사 전나무숲길

전나무숲길은 일주문을 지나 내소사가 있는 방향으로 곧장 뻗어 나갔다. 약 600여 년 전에 조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 전나무숲길은 내소사를 찾는 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내어주고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불과 몇 미터 전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공기가 느껴졌다. 이 공기, 잔뜩 담아가야지. 어깨를 쭉 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채 스읍, 하아, 스읍, 하아. 흙이 깔린 길을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적당히 마음에 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박, 자박. 바람이 불었고,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진 햇볕이 길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 고요했던 내소사 경내

경내에 적당히 그늘이 드리운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단체 관광객들은 그들이 닿은 목적지를 빠르게 훑고 사라진 뒤였다. 아마 다음 일정이 잡혀 있었던 탓일 터였다. 다행이게도 내게 그런 건 없었다. 의자에 앉아 몸을 테이블 쪽으로 기댔다. 내소사 앞마당에서 내소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법한 거대한 나무가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사찰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변산의 여러 능선도 점점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단청을 칠하지 않아 소소하게 보이는 대웅보전이 시선을 사로잡기는 했지만. 내소사를 털고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바람이 너무 좋았던 탓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부안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구석을 내어주는 카페, ‘슬지제빵소’에서 오후를 보내기로 했다. 레트로한 분위기로 알려진, 나름대로 부안에서는 핫플레이스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평일인 데다가 휴가철도 막 지난 터였으니 사람은 많지 않겠다 싶었다. 식당을 수소문해 점심을 먹는 대신 이곳의 찐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찐빵은 여러 종류였다. 익숙한 찐빵은 많지 않았다. ‘슬지네’ 스타일로 재해석된 찐빵들이었다. 고민 끝에 찐빵을 두 개 골랐다. 팥을 달곰하게 삶아 넣었다는 크림 우유도 주문했다.

▲ 탁 트인 창문이 인상적이었던 슬지제빵소

여느 때보다도 신중한 결정 과정이었다. 어느 자리에 앉을 것인지에 관해서였다. 사람들이 많이 앉을 것만 같은 테이블에서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했고, 내 시선이 분산되지 않을 구석 쪽이어야 했으며, 테라스 쪽으로 난 통유리창 너머로 부안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아야 했다. 완벽한 자리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끝에 알맞은 자리를 찾아냈다. 다년간의 카페 죽돌이 경험에서 우러난, 정확한 계산과 빠른 판단이 일구어낸 성과였다.

▲  찐빵 위에 아이스크림 올릴 생각을 할 줄이야

구름 한 점 없이 완벽한 날씨. 날씨가 좋을 때면 카메라를 들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이 직업인지라,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채광이 좋은 카페에 앉아 이 순간을 그대로 낭비할 필요가 있었다.

▲ 천일염으로 유명한 곰소염전

거울 여러 장을 오와 열을 맞추어 내려놓은 것만 같은 들판은 천일염으로 유명하다는 곰소염전이었다. 염전의 잔잔한 수면이 일렁일 때면 어김없이 창가의 커튼이 나풀거렸다. 방금 카페에 들어온 아이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감성적인 아이템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 커플은 자리를 잡자마자 노트북을 펼치더니, 이번 여행에서 찍었을 사진을 하나씩 감상하며 까르르 웃기도,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책을 들고 한가로이 이곳의 여유를 사색하려는 듯한 사람과 커피잔을 손에 든 채로 멍하니 곰소염전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려는 듯한 사람이 차례로 조금 먼 간격을 두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찐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꽤 괜찮은 맛이었다.




# 오늘의 노을


카페를 나선 후에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다니기로 했다. 바다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다. 마음에 드는 전망대에서는 여지없이 멈추어 섰다. 변산반도의 해안을 둘러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했다. 해가 저물어 갈 때 즈음에는 조용한 해변을 찾아 나섰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버려진 것인지도 모르는 해변을 하나 발견했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 적당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구르는 몽돌 무리가 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여서였다. 대충 평평한 곳을 찾아 주저앉았다. 수평선을 응시했다. 어제와는 다른, 거친 바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시원했다. 부안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머리를 짓눌렀던 것들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 조용한 해변에서 만났던, 그날의 노을

새파랗던 하늘이 점점 붉은빛을 머금어갔다. 섬의 실루엣과 맞닿은 태양이 마지막 빛을 힘껏 쏟아내고 있었다.




에어비앤비 작가,  김정흠


늘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가는 여행작가다. 부안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위로를 받고 난 뒤에 이 글을 썼다. 

인스타그램 @sunse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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