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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어비앤비 Dec 18. 2019

호주를 자연으로 이해하다

대자연 깊숙이 머물며 살아본 단순한 삶

탈출을 꿈꾸며 살아왔다. 음악과 자연이란 탈출구에 한 발씩 담그고 현실과 그 사이를 넘나들었다. 28살이 되던 해 겨울, 나의 첫 회사인 음반사를 도망치듯 나왔다. 지금까지 한 탈출 중 가장 공식적이면서도 대범한 탈출이었다. 더 지체했다간 병원비가 월급을 추월할 것 같았다. 다들 퇴사하고 무슨 일을 할 건지 궁금해했는데 우선 자연에 가고 싶었다. 젊은 친구가 자연에서 요양이라니 누군가는 버럭 할 이야기이지만, 난 정확히 내게 필요한 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연의 기운을 누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알다시피 겨울에 집에서 한 번 누워있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한 달 정도를 늘어지게 자기도 하고, 심심하면 기타도 튕겨보고, 넷플릭스를 몰아보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집 밖에 나가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인간적으로 너무 추워서'와 같은 이유로 퇴사 후 한 달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다. 이젠 정말 집에서 나를 강제 탈출시켜 자연으로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황금 같은 백수 시기이니 원했던 자연에서의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자.


도시에 살면서도 마음 한쪽은 호수나 숲, 자연 그 어딘가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자연의 품 안에 있으면 날뛰던 마음이 안정을 찾고, 인자한 사람이 되기도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잠깐씩 쉬었다 가곤 했다.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 자연에서 생활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정했다. 그간 여행해본 곳 중 울릉도의 자연이 뿜어내던 묘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어 울릉도처럼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찾기 시작했다.



뒤늦게 떠오른 호주

▲ 호주의 해안가를 걷다가 신기한 땅을 발견했다.

한국의 3월보다는 따뜻한 나라 목록을 뒤적였다. 동남아는 혼자 가면 심심할 것 같아서, 아프리카는 멀다는 이유로 제외하고 나자 그제야 호주가 떠올랐다. 남반구의 외딴 대륙 하나. 내게 호주는 여행지를 고를 때 단박에 떠오르는 나라는 아니다. 대륙 하나가 나라인 것치고는 때론 그 존재감이 북반구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립된 덕분에(?) 호주는 다른 곳과는 180도 다른 동식물 군으로 구성된 특이한 생태계를 지닌 나라이기도하다. 국민의 90%가 국토의 0.22%에 해당하는 도시 지역에 모여 살고 대륙의 나머지는 미개간 된 자연으로 남은 땅. 내가 꿈꾸는 태고의 자연 속 단순한 생활이 호주에선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에서 살고 싶은 호주 여행 기준

1. 도심에서 멀리, 오래 머물러 볼 것

2. 호주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체험해볼 것

3. 자연인의 단순한 생활(먹고, 자고, 몸 쓰고, 글 쓰고, 음악 듣는 하루)


집에서 늘어져 지낼 때는 언제고 호주로 목적지를 정하고 나자 당장 떠나고 싶어 졌다. 제일 빨리 출발할 수 있는 항공권을 구입하고, 위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최소한의 것만 예약을 마쳤다. 첫 번째는 2주간의 호주 환경보전 봉사 프로그램. 운전면허도 없는 내가 호주의 자연 깊숙이까지 가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봉사단체는 생태계에 문제가 생긴 지역에서 1~2주간 거주하며 제일 나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 호주 환경에 대한 이해와 자연에서의 생활 모두가 가능해 보였기에 신청서를 보냈다. 마지막으로는 3주 간의 호주 여행 마지막 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에서 열리는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의 공연을 예약했다. 2주 정도를 자연에서 보내고 나면 절로 도시가 그리워질 거란 판단하에 간단하게 여행 계획을 마무리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장 내부(좌) / ▲ 색소폰을 연주하는 카마시 워싱턴과 밴드(우)

* 카마시 워싱턴 공연 티켓은 8만 원 정도로 국내 내한공연 티켓 금액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편이다. 팝 음악을 좋아한다면 큰 규모의 음악 시장을 가진 호주에서 해외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걸 추천한다.

- Conservation Volunteers Australia 사이트에서 봉사 신청이 가능하다 / 유료(숙식 제공) / 한국 에이전시도 있다.

- Songkick Sidney 시드니에서 예정인 공연 리스트 확인과 티켓 구매가 가능한 사이트, 다른 도시도 선택할 수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곳

한국은 겨울의 끝자락인데 호주, 그곳은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 있다니. 달라도 너무 다른 호주를 가는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 그사이였다.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불안감을 달래고자 17시간의 비행 동안 책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에서 일러주길 호주 파리는 얼마나 끈질긴지 사람 입에 들어가기도 하고 손으로 때려도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좋은 것은 호주 바깥에 존재한다고 믿는 자기비판적인 호주인, 호주의 총리도 바다에서 실종될 정도로 거친 자연의 땅. 이 신기한 나라에 관해 책으로 배우다 보니 어느새 창밖에는 멜버른(Melbourne)의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 비행기 창문으로 본 멜버른의 일출

월요일부터 시작될 봉사활동을 기다리며 주말은 워넘불(Warrnambool)에서 보냈다. 워넘불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이다. 내가 묵은 백 패커스에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향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백패커들이 많이 보였다. 호주를 좀 느껴볼까 해서 근처 해안 산책로로 향했다가 얼마나 경악했는지. 모래사장에 검은색 돌이 촘촘하게 박혀있길래 자세히 봤더니 이게 웬걸 죽은 귀뚜라미였다. 정복되지 않은 호주의 땅의 모습이 이런 거구나. 나 더 깊숙이 가봐도 괜찮은 걸까?

▲ 모래사장에 촘촘히 박혀있는 귀뚜라미 시체들...



모캄보로 숲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다

"이곳의 소나무를 다 없애야 합니다." 봉사 팀 리더가 모캄보로(Mocamboro) 숲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임무를 알렸다. 아무리 17시간을 날아서 남반구에 왔다고 하지만 십장생 중 하나인 소나무를 모조리 제거하라니. 본래 이 숲은 토양이 흰모래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곳인데, 외부에서 날아온 소나무가 이곳의 희귀 식물들을 잠식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팀 리더인 로즈마리(Rosemary)는 사람이 최소한으로 개입해 생태계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비차를 끌고 와 단기간에 소나무를 다 밀어버릴 수도 있지만 우린 2주에 걸쳐 8명이 소나무에 구멍을 뚫고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숲에 차가 진입하며 자연을 해치는 일마저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었다. 호주 사람들은 사람이 자연에 개입해야 할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 소나무를 찾아 모캄보로 숲을 누비던 우리

 


부시, 호주 사람들이 남겨둔 날 것의 자연

▲ 뜨거운 부시의 나무들은 보기에도 그렇지만 만져봐도 바스락거렸다.

모캄보로 숲은 부시(Bush)라고 불린다. 호주에서 부시는 '개간되지 않은 땅'을 뜻하는데, 이 숲도 길이 난 곳 없이 대부분이 덤불로 덮인 곳이다. 소나무를 찾아 덤불 속을 헤집고 다닐 때, 우린 캥거루가 내놓은 길을 따라갔다. 캥거루 발에서 나오는 힘이 얼마나 센지 풀이며 덤불이며 우지끈 지르밟아 길을 만들어뒀다. 나무 제거 작업의 시작점은 노란 손수건을 나무에 묶어 표시했고, 나침반과 GPS를 이용해 길을 찾았다.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람에게는 수고스러운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직접 겪어보니 부시는 정복하지 못한 땅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으로 사람이 남겨둔 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지프 차로 지나다닐 수 있는 유일한 길(좌) / 우거진 모캄보로 숲(우)



Bush Life Is Simple. 내겐 완벽한 삶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숲에서 소나무와 씨름하며 보냈다. 힘쓴 후에는 숙소에 돌아와 밥을 해 먹고, 일기 쓰고, 음악을 틀고 별을 보다가 잠들었다. 숙소가 있던 와넌(Wannon) 지역은 주변에 건물이 없어 해가 지면 사방이 별천지였다. 은하수도 별똥별도 매일 밤 원 없이 봤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강박을 끊어낸 것이다. 회사 생활 한 이후로 생산적인 일을 계속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단순한 일과를 보낸 덕분인지 '내일은 뭐가 먹고 싶은지', '지금은 뭐가 하고 싶은지’ 등 본능적인 생각들이 불안함을 밀어냈다. 그리고 2주를 다 채워갈 무렵,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시드니(Sydney)에서 1주일을 보낸다는 설렘보다는 자연에 더 머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신기하게도 호주의 자연을 통해서 호주를 알아가는 중이었다.

▲ 와넌 캠프 사이트 모습(좌) / 소시지를 굽는 친구들(우)


시드니에 가면 에어비앤비 체험으로 블루마운틴에 가봐


봉사하며 친해진 에밀리(Emily)가 자신이 시드니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에밀리도 운전면허가 없고 자연의 허락을 받기엔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 에어비앤비 체험을 통해 시드니를 여행했다고 했다. 에밀리가 한 절벽 앞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야? 시드니에 이런 곳이 있어?"

"블루마운틴이라고 시드니에서 차 타고 나가면 있어. 한 번 가봐."


블루마운틴 국립공원(Visit the Blue Mountains)은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정말 좋아 보였다. 어마어마한 절벽과 부시 그리고 밀림 같은 다양한 자연환경이 모두 있는 곳. 생각해보니 빌 브라이슨의 책에서 블루마운틴에 관해 읽긴 했다. 유럽인들이 호주 땅을 정복하고 다닐 때 블루마운틴에 오르는 길을 발견하기가 어려워 꽤 애를 먹었다고 했지. 시드니에 가서도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모캄보로 숲을 떠나기 전, 매일 밤이면 에어비앤비 체험을 예약하기 위해 바쁘게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 노을과 은하수를 앞에 두고 밤마다 핸드폰으로 에어비앤비 체험을 뒤졌다.



8시간을 함께할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고르는 일

에어비앤비에는 블루마운틴 관련 체험이 아주 많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곳인지라 체험의 테마도 다양했다. 하이킹부터 일출 보기, 말과 함께 부시를 탐험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고, 어딜 가나 있는 맛집 투어까지 보였다. 체험을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호스트의 성향이었다. 8시간이나 함께 다녀야 하는데 일단 같이 있는 게 편하고 볼 일이었다.


'블루마운틴 하이킹과 아트 갤러리, 그리고 커피 즐기기'라는 이름의 에어비앤비 체험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킹과 예술(커피, 미술)을 엮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라니 궁금했다. 이 체험의 호스트인 피터(Peter)의 자기소개를 읽어 내려가다가 느낌이 왔다. '30년의 학생 인솔 경험' 구절은 체험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것 같았고, '관광객들에게서 벗어난 블루마운틴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는 부분은 정확히 내가 원하는 체험의 방향과 일치했다.




블루마운틴에 오르다 (Feat. 피터, 올리아)

이른 아침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 역 앞에서 호스트 피터를 기다렸다. 호주까지 나와서 소개팅을 하는 기분을 느껴보다니 사는 게 재미있다. 등산 복장을 갖춘 사람만 보이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다행히도 역 앞에 한국인은 나밖에 없는지라 피터가 먼저 다가와 주었다. 이어 벨라루스(Belarus)의 민스크(Minsk)에서 온 올리아(Olia)가 우리와 합류했다. 피터의 체험은 소수정예로 4명까지만 게스트를 받지만, 이날은 날씨가 흐려 나와 올리아 둘만 신청했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할 땐 봉사자 수가 많아 궁금한 것들을 묵혀뒀었는데, 이게 얼마나 좋은 소수 정예 자연 과외인가!

▲ 입이라도 뻥긋 거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 책(좌) / 피터의 소수 정예 블루마운틴 체험 멤버(우)

스트라스필드 역에서 블루마운틴스까지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렸다. 처음 만나 어색할 법도 한데 차 안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피터가 블루마운틴스에 갖는 애정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블루마운틴과 주변 지역에 관해서 방대한 지식도 갖춘 호스트였다. 그는 체육 선생님인데 안식년을 맞이해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도전했다고 했다. 30년간 오르락내리락 한 블루마운틴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닐 수 있어서 새롭고 즐겁다고 좋아했다. 올리아의 직업도 선생님으로, 굉장히 학구열이 높아 우리는 가는 길부터 블루마운틴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를 읽은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피터의 사적인 블루마운틴

블루마운틴을 오르는 길에 한국인 관광객들을 마주쳤다. 등산복을 입으신 어르신들 30분 정도가 관광버스에서 내려 리더를 따라 분주히 하이킹 코스를 오르고 있었다. 피터가 "너도 저기 끼고 싶어?"라고 떠보듯이 물었다. "아니, 네가 30년 동안 축적해온 너만의 블루마운틴을 오르는 거 정말 좋아."라고 대답하자 피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 호스트가 날 떠본 게 분명하다.

▲ 에어비앤비 호스트 피터만의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
▲ 호스트인 피터가 좋아해던 블루마운틴의 물들(좌) / 절벽 밑 최고의 점심 스폿(우)
▲ 같은 절경도 피터는 관광객으로부터 벗어난 숨겨진 장소에서 보여주었다.

피터는 숨겨진 블루마운틴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나와 올리아를 데려가 주었다. 피터는 점심을 먹을 장소도 엄선해서 골랐다. 아마 내 인생에서 절벽이 깎여 만들어진 동굴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뻔하지 않은 장소에서 블루마운틴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관광객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사람 많은 관광지는 힘든 여행자라면, 피터의 사적인 블루마운틴스는 최적의 에어비앤비 체험을 선물할 것이다.


피터는 최고의 자연 과외 선생님이기도 했다. 부시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호주의 새와 유칼립투스 종에 대해 우리 앞에 나타날 때마다 하나씩 설명해줬다. 블루마운틴의 땅을 직접 만져보고, 절벽, 부시, 밀림, 모든 곳에 우릴 데려가 땅의 속성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블루마운틴 주변 가게들과의 상생에도 관심이 많았다. 우리는 블루마운틴을 하산하고는 근처 로컬 갤러리의 그림을 구경했다. 그리고 건너편의 카페로 넘어가 지역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먹을거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8시간을 함께 한 블루마운틴 체험의 밀도는 굉장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 종일 외국어로 얼마나 떠들었는지 한 마디만 더 영어로 말하면 몸이 바스러질 것 같았다. 마치 내 몸에서 블루마운틴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 블루마운틴스의 색들(좌) / 모두 다른 호주의 유칼립투스 나무(우)
▲ 로컬 갤러리(좌) / 블루마운틴스에 사는 동식물들이 그래피티로 그려진 건물(우)



다시 떠난다고 해도 자연

블루마운틴 에어비앤비 체험은 새로운 여행 방법을 내게 제시해줬다. 그 나라의 건축물, 관광지를 돌아보지 않아도 자연을 통해 한 나라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게 했다. 부시를 보며 호주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피터의 개인적인 블루마운틴 장소들을 함께 다니며 자연 곁에서 나고 자란 피터의 자연 큐레이팅을 체험할 수 있었다. 블루마운틴을 너무도 좋아해 어느덧 그곳을 닮아있는 피터의 삶을 나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를 다녀온 뒤로 여행의 주제가 달라졌다. 지난여름에는 일본 나에바 산(苗場山)에 자리한 나에바 스키 리조트(Naeba Ski Resort)에서 열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을 가서 5일 동안 텐트 생활을 했다. 자연이 여행의 테마가 되자 그 나라에 대한 기억도 이젠 모두 초록색 범벅이다. 누구는 일본 하면 맛집과 편집숍을 떠올릴 테지만 나는 온갖 마녀들이 나올 법한 깊은 산골짜기가 떠오른다. 내가 머물 때도 태풍을 겪었는데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 앞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던 일본인들의 모습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호주를 자연으로 이해한 경험이 앞으로 내가 여행하는 방식을 많이 바꾼 것 같다. 그리고 피터가 나눠준 자연의 씨앗이 어느덧 나도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한국만의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작가, 신샘이

자연과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을 직업으로도 삼고 있음. 글로벌 음반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개인 레블 운영 중. 인디 포스트에 음악에 대한 포스팅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loveco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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