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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Jul 09. 2021

친구의 배신

 새벽 2시가 넘어섰을 무렵 이상한 신고가 접수됐다. 함께 술을 먹던 친구가 술에 취한 채 차를 몰고 서울로 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으니까 이를 막아 달라는 것인데…. 문제는 친구가 떠난 지 벌써 40분 이상 지났다고 한다. 더욱이 친구가 몰고 간 차의 번호도 모른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막아 달라는 것인가?

상황실에서도 별다른 조치사항이 떠오르지 않는지 일단 신고자와 통화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신고자는 방법이 없다면 문자메시지라도 보내 달라는 것이다. 거기까지였다. 상식적인 대화는.

 반복해서 지구대로 전화를 걸던 놈은 급기야 화를 낸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마침 응대를 하던 젊은 후배의 전화를 뺏어 내가 받았다.

“무슨 방법으로 경찰이 책임을 집니까? 같이 술 먹던 사람이 말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나는 의도적으로 강하게 응수했다. 약간의 효과가 있는 듯했다. 목소리가 약간 누그러졌다. 그 뒤론 지구대로 더는 전화가 없다. 하지만 상황실로 계속 전화가 갔던 모양이다. 신고자의 요구대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주라는 무전이 내려온다. 문자는 이미 발송했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친구가 타고 간 차의 번호도 모르고 이미 떠난 지 40분이 지난 상황이라면 경찰이 아니라 NASA에서도 그 차를 찾지 못한다는 걸 이미 상황실에서 설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놈은 계속 전화를 건다. 도대체 이놈이 정말 바라는 건 뭘까? 적어도 친구의 안전을 걱정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함께 있던 친구가 떠나버려 그 허전함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에게 그 친구를 데려와 달라는 것인가? 자기를 버리고 간 친구에 대해 서운함을 친구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함으로써 달래려는 것인가?

 신고자의 장소가 **리조트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며 여행을 왔다가 친구와 불화가 생겼고 화가 난 친구는 차를 몰고 가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 친구는 여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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