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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풍 Jul 21. 2022

이야기 글을 처음 써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땅콩을 먹으며 동화책을 보다.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에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세월을 보내다 실직 후 장기간 백수로 지내고 있다. 마침 이런저런 질병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괴롭히는 바람에 약을 달고 지내는 기간이 늘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용역 경비원이나 미화원, 건물관리원 같은 시설관리 쪽이어서 몸이나 회복할 때까지 좀 더 쉬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공백 기간에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한 번에 단편소설 분량의 글도 써 본 적도 없는 사람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처한 상황에선 무모한 행동이었다. 남은 돈을 까먹는 이 기간에 중장년들이 많이 따는 자격증이라도 한 개 더 챙기는 게 나은 건 아니었나 생각도 든다.


 경비원 했을 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제대로 글 쓰는 법을 공부하거나 훈련한 적이 없어서 할수록 힘들었고 작가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브런치 작가분들도 글 참 잘 쓰신다. 정말 많은 지식의 축적과 훈련으로 필력을 쌓으신 분들이 많다. 그에 반해 내가 쓰던 나만의 이야기 글을 읽어보니 참 형편없고 지루했다.


 내가 이 나이에 다시 전문 작가분 같은 글을 써보려고 공부하긴 힘들 것 같았다. 재능은 원래 부족하고... 그래서 동화책을 봤다.


 난 독서량 마저 부족해서 장편소설도 잘 못 읽는다. 읽다가 앞에 내용이나 등장인물을 다 까먹는다. 머리가

좋지 않은 데다 나이 들면서 더 둔해졌다. 그래서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이 상대적으로 읽기 편했다. 그런데 동화책은 더 편했다. 역시 나의 문장 학습엔 저학년을 위해 쉽게 쓰인 동화 같은 게 맞았다.


 아주 조금씩 글을 쓰면서 실력이 나아질 거란 막연한 믿음을 가져볼 생각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의 경비원 할 때 경험이자 추억을 토대로 소설 한 편을 완성해보고 싶다. 퇴고라는 것도 해보고 있지만 정말 까마득하게 느껴질 만큼 수정할 게 많은 것 같다. 작가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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