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풍 Jul 12. 2022

안녕하세요? 행성 L이에요.

8. 여관방 식사 - 계란 요리들

 조리시설이 없는 여관방 안에서 먹기 힘든 음식은 주로 굽거나 부치는 요리들이었어요. 삼겹살 같은 고기는 식당에서 팔지만 정말 먹기 힘든 게 계란 프라이였죠. 한 2년 동안 계란 프라이는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알게 된 한식뷔페에서 밥 위에 올려주던 계란 프라이 하나를 자르고 잘라서 아껴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계란 프라이가 먹고 싶어서 다리미로 은박 도시락 용기에 구워 본 적이 있었어요. 노력과 시간 대비 제대로 된 계란 프라이가 만들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기밥솥에 계란 프라이를 한번 시도한 적이 있어요. 밥솥에 살짝 기름을 두르고 취사를 누른 다음 프라이팬처럼 구워본 거죠. 단순한 기능의 작은 밥솥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밥솥으로 계란 프라이가 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그전엔 미처 생각을 못했었죠. 그런데 여관에서 저처럼 계란 프라이가 무척 먹고 싶었던 분이 계셨던 것 같아요. 공용으로 쓰는 전자레인지에 어떤 아저씨께서 스티로폼 접시 위에 계란을 깨서 넣고 랩을 씌워 그대로 전자레인지로 돌리시더라고요. 전 조리가 완성되는 것까지는 못 봤지만 설마 계란 프라이가 될까 싶었어요. 요즘은 계란값도 많이 올라서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아직은 가격 대비 풍부한 영양소를 채우긴 좋은 것 같아요.


 밥을 하고 뜸을 들일 때 계란을 그대로 깨 넣어서 계란 프라이 비슷하게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요. 간장과 참기름, 식초를 넣고 비벼먹으면 맛이 아주 좋았어요.

 계란 프라이만큼 사 먹기 힘든 게 계란찜이었는데요. 계란찜은 의외로 간단하게 만드는 법을 익혔어요. 보온도시락 용기에 계란을 풀어서 밥을 할 때 같이 넣어두었죠.

 그대로 취사를 눌러 밥을 하면 완전히 푹 익은 계란찜이 완성되었어요. 그런데 그 맛이 90년대 군 시절 먹었던 계란찜과 똑같아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맛있게 먹을 수 있었죠.

 여관에서 사는 동안 계란 덕분에 영양가 있는 식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계란을 구하기 쉬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행이라 생각하곤 했어요.

작가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행성 L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