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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풍 Jul 07. 2022

안녕하세요? 행성 L이에요.

7. 여관에 혼자 사는 외로움

 여관에 지내면서 다양한 복지단체에서 나오신 분들이 방문하는 걸 보곤 했어요. 정확한 신분은 모르지만 사회복지사분들 같더라고요. 장기방에 거주하는 노인분들에게 방문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알코올 중독자 아저씨에게 찾아오는 젊은 사람도 있었어요. 코로나로 펜데믹이 시작되던 시기 쪽방촌에 사는 독거노인분들에게 먹을 걸 지원해주는 복지단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학생으로 보이는 두 분이 라면박스와 두루마리 휴지 등을 가지고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분께 방문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주소지를 대부분 여관으로 바꿔놓으신 분들이었죠.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빼고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죄를 짓고 갑자기 교도소로 가게 되면 우편물들이 계속 오기 때문에 사장님이 장기방 거주자 파악해서 주소지 말소를 하시기도 해요. 그리고 주소지 말소 예고 공고문을 여관 입구에 붙여놓아요. 여관이면서 쪽방 기능과 고시원 기능도 가지고 있던 게 여관 장기방이었어요. 


 인근 교회에서는 여관이 밀집한 이 지역 장기방 거주자들에게 교회 예배 팸플릿과 함께 간식을 문고리에 걸어놓고 가시곤 했어요. 저도 그렇고 사람들이 그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귤을 두 개 작은 비닐봉지에 넣어놓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사 먹기가 애매한 게 과일인 것 같아요. 많이 사면 처치곤란이고, 적게 파는 건 너무 비싸게 팔고 그래서 과일을 대부분 많이 못 먹죠. 그래서 귤 두 개가 참 고마웠죠.

 

 여관방 안에서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외로웠을 거예요. 저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도 저분들처럼 종교단체와 인연이라도 맺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저는 경비원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았지만, 연세가 많으시거나 몸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잠깐씩 찾아오는 사람들이 매우 반가웠을 거예요. 


 어느 날 인형 뽑기 방에서 딱 천 원을 넣고 인형을 뽑은 적이 있어요. 제 나이에 인형이 필요 할리가 없어서 길을 가다 아무 아이를 마주치면 주기로 했었죠. 그런데 그날따라 한 명도 마주치지를 못하고 그대로 여관방에 가지고 들어왔어요. 그리고 저녁을 먹는데 매일 혼자 먹는 것에 서글퍼졌던 건지 인형을 앞에 두고 먹어봤어요. 신기하게 조금 기분이 나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인형에게 '쉐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죠. 지금도 저와 함께 살고 있어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하는 배구공 '윌슨' 같은 존재가 저에게 '쉐프'였죠. 아마 다른 방의 사람들도 외로운 식사를 할 때면 저와 같이 어떤 존재가 같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을 것 같아요. 누군가와 같이 살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이야기하는 일상이 가족과 같이 살던 옛날에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들이었는데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게 기적이었고 당연한 건 그런 기적들이 언젠간 사라진다는 것이었어요. 어릴 적에도 젊은 시절에도 그걸 미쳐 알지 못했죠.  집으로 돌아온 뒤 동네에서 오랜만에 뵌 이웃 할머니께서 저에게 했던 한마디가 참 오래 기억에 남아요. 


"옛날이 참 좋았다. 그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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