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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풍 Oct 30. 2022

소설 환취 (1화/25화)

0. 프롤로그 - 옛 기억 하나, 1. 이야기의 시작

0. 프롤로그 - 옛 기억 하나   


"왜 그랬어…. 왜… 왜."     


 뺨을 몇 대 때리면 빨리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몇 대 때렸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그래… 그래.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맞아. 그러니까 지금은…."



1. 이야기의 시작


 막상 시작하려니 걱정이 밀려오네요. 제가 특별히 멋진 인생을 살았거나 하질 못했거든요. 그래서 지루한 이야기가 될까 봐서요. 그리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도 하고요. 제가 많이 배워서 말도 잘하고, 글도 유려하게 잘 쓸 줄 알고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그래도 한번 제가 가지고 있는 해피엔딩에 대한 생각부터 꺼내볼게요. 


 40대 후반, 그러니까 중년의 나이인 제 인생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 보자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라는 게 말로는 참 쉬운 것 같아요.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요. 현실엔 해피엔딩만큼 매운맛이 나는 엔딩이 많잖아요. 게다가 어떻게 끝나는지 영화처럼 몇 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현실에서는 결말까지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해피엔딩을 위해 긴 기다림을 선택한다는 건,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엔 '만남'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을 참 좋아해요. 영화 속 해피엔딩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대부분 그랬거든요. 어떤 사정으로 떨어져 있던 가족이나 연인 또는 친구 같은 존재를 긴 세월이 지난 뒤, 다시 만나는 이야기들이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혼자가 아니게 된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기도 하고요.


 사실 저도 해피엔딩을 위해 만남을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저와 제 곁에 있는 고양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세상에 있거든요. 그래서 조만간 찾아갈 생각이에요. 그 사람이 했던 생각과 결정들이 저와는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 밑바탕에도 고통이 있었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동안 혼자였을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


 시간끌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이유로 사람은 죽어버리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면 사고나 질병, 노화 등으로요. 혹시 모르니 죽기 전에 찾아가 봐야겠어요. 


 그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에 영화 속의 해피엔딩들을 빠르게 복습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어느 날, 어떻게 찾아가야 그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이처럼 기뻐할지 연구해 봐야죠. 고양이를 안고 갈지 아니면 같이 걸어갈지도 고민하면서요. 아마 고양이는 같이 걷고 싶어 할 것 같기도 해요. 산책을 좋아하는 신기한 고양이라서요.


 그러고 보니 그 사람과 저와의 공통점이기도 하네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즐겨 봤던 거요. 아마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보는 동안은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서였을 거예요. 흔한 말로 "심심풀이 땅콩" 같다고도 할 수 있죠. 이 말은 정말 신기하게 잘 들어맞는 것 같아요. 손가락으로 땅콩을 한 알씩 집어 껍질을 벗겨 먹고 있으면, 정말 심심하진 않았거든요.


 옛날에는 볶은 땅콩을 주로 껍질째 팔아서 그런 말이 생겼나 봐요. 땅콩 입장에서는 자신을 심심풀이로 여겨서 서운할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땅콩에게 제가 영원히 미안해야 할 부분이기도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땅콩"이라는 단어를 다른 뜻에 사용하기도 한다더군요. 수컷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땅콩 수술"이라고도 한데요. 사람들 상상력 정말 기발하고 좋아요.      


 저도 "땅콩"이란 단어에 대해 저만의 다른 의미가 있긴 해요. "심심풀이 땅콩" 같은 저만의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에게 저의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를 해 본 건 오래전이네요. 예전엔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돼지 인형이랑 대화했던 적도 있어요. 아주 가끔이지만 돼지 인형이 제 말에 대꾸를 해주기도 했고요. 돼지 인형 "분홍이"도 소개하려면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조금 길어지더라도 정식으로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이야기하기 참 좋네요.

그럼 '심심풀이 땅콩' 같은 이야기, 한번… 한번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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