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짜잔!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이세벽 작가님의 책 두 권을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이 중 <먼지처럼 흩날리는 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서평을 쓰기에 앞서 서평이란 게 작품에 대한 나름의 전문적인 분석과 고찰을 통해 예상 독자들에게 추천을 해야 하는 것인데... 난 일단 능력이 안된다. 그래서 서평이라고는 하지만 감상문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애초에 나의 모자람을 알기에 어떠한 대가나 지원 없이 내돈내산으로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교보문고에 적혀있던 책 소개의 일부를 적어보겠다.
"‘먼지처럼 흩날리는 별’은 사랑의 위대함과 무력함,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되묻게 하는 작품이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며 사랑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내용은 100% 맞다. 사랑에 대한 의미를 독자 스스로 고찰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나란 존재가 연인과의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 점은 매우 부끄럽다.
하지만 나에게 사랑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소설의 내용에서 나에게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준 '기억'과 '존재'였다.
나의 기억이 내 존재를 정의한다면, 잘못된 기억을 가진 나는 그 이전의 내가 아닌 것인가?
또 나의 기억이 네 존재를 정의한다면, 잘못된 기억을 가진 너는 그 이전의 네가 아닌 것인가?
심지어 그 기억이 사랑이란 감정과 엮여 있다면....
소설에서는 갑작스러운 비극을 맞이한 두 주인공이 나온다.
차 사고로 인해 역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 천강과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편 월인.
이 두 주인공의 이름은 작품에 커다란 복선이자 암시이기도 했다.
'월인천강지곡'에서 따온 것으로 유추되는 이 이름은 아내 은진이 첫 만남에 각자에게 지어 준 애명이라고 한다. 월인천강지곡의 뜻풀이를 보니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춘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건 무릎은 한번 격하게 쳐도 될 만큼 잘 만든 주인공들의 이름이었다.
소설에서 월인은 자신을 기억 못 하고 성격과 행동이 변해버린 아내 천강을 한결같이 자신의 빛으로 비춘다.
하지만 월인도 사람이다. 그리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하지 않았던가.
월인은 어느 때는 희망을 가져보다가, 또 어느 때는 절망과 좌절을 요동치듯 겪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과정에서 세상도, 사람들의 기억도 변한 것이 없는데
오직 사고로 전두엽을 다친 천강이 기억을 잃은 데다가 성격과 행동이 달라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과연 월인이 사랑했던 그 천강이 맞는 것인가란 의문을 작품을 읽으면서도 나 스스로에게 많이 되묻곤 했다. 하지만 소설 속의 월인은 나보다 나은 인물이었다.
천강이 어떻게 변모하고, 변절하든 그는 결국 천강을 비추는 달빛으로 제자리를 지켜냈다.
심지어 천강이 젊은 기타 선생을 선택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일련의 과정에서 월인의 심리 변화는 꼭 매일매일 조금씩 변하는 달의 모양 같기도 해서, 상당히 몰입감 있는 요소로 다가왔다. 대부분 천강만을 바라보며 정중앙을 비추긴 하지만 어쩌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차오르기도 하고, 또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차오르기도 하고.... 아마도 그 과정에서 월인 자신의 정신도 조금씩 약해지고 망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후반부에 다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을 한 걸 보면....
여기서 기억과 존재만큼 대비되는 성질의 것이 또 있었는데, 그것은 '아가페'와 '에로스'의 대비였다. 월인이 끝까지 가지고 간 건 천강에 대한 아가페였지, 중간중간 육체적 욕망이 솟아오르던 에로스는 분명 아니었다.
작품 내에서 월인은 '애'와 '욕'이 그 뿌리가 같으며, 둘이 균형을 유지하며 잘 버무려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월인이 결국 마지막에 남긴 건, 천강에 대한 아가페였다.
이건 조금 작품 외적인 상상이지만, 남녀 커플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늙는다. 또 누구나 병이 든다.
아내가 늙어 치매에 걸려 자신을 못 알아본다면 과연 그녀는 내 아내가 아닐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아내가 늙어 육체적 매력이 사라지면, 사랑은 없어지는가?
아니다. 난 사랑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부부든 또 어느 연인이든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월인이 되고
다른 누군가는 천강이 되는 게 세상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상황은 충분히 바뀔 수도 있다. 마치 소설의 결말부처럼....
그때 월인이 된 사람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난 이 물음을 소설을 읽고 나서도 한참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부족한 서평을 마무리를 하자면...
소설의 내용은 계속 월인의 심리를 따라가게 되어 몰입도도 높았고 문장의 가독성도 좋았다.
또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사색을 할 수 있는 정서적 영양가가 높은 스토리였다.
작품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떠올리면 좋을 단어를 뽑아보자면
'기억', '존재', '아가페', '에로스' 그리고 '사랑'이다.
아마도 이 다섯 단어가 소설의 내용과 어우러진다면,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까지 삶에서 느낀 그리고 남은 삶에서 느낄 사랑과 존재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게 만들 것 같다.
내가 고찰한 결과문은 이렇다.
"널 변함없이 사랑할게."가 아니라
"네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도 사랑할게."가 맞는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
천강은 까맣게 삭이 된 월인에게
오래전 강물에 받아둔 달빛을 눈물로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