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액땜의 나날들

그 남자, 보이스 피싱이었을까?

by 오문원

올해 좋은 일이 생기려는지 액땜의 나날이다..

거의 새해 시작과 동시에 감기로 맛이 갔었고

은행 카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비밀번호 오류가 났다.

그래서 번거롭게 은행 가서 다시 설정하고

개인정보 유출인가 싶어 얼마 안 되는 잔고도 옮기고

혼자 난리 부르스를 췄다.


꿈도 문제다.. 악몽을 자주 꾼다. 심지어 악몽을 꾸다가

심장이 너무 뛰어서 두 번이나 깨고 그랬다.


오늘은 지역화폐 카드가 다이소에서 그리고 편의점에서

인식이 안 됐다. 어흑... 그래서 재발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정점을 찍는 일도 있었으니 그건 잘못 걸었다고 주장하는 전화였다.

잘못 건 전화인지 보이스 피싱 그러니까 "목소리 낚시" 전화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확인만이 있을 뿐....

난 모자라고 어리숙하며 착하고 순진해서 보이스 피싱 같은 거

전화 오면 단박에 걸려서 속아 넘어갈 것 같다.

난 너무 못났다..ㅠ,.ㅠ


처음 보는 휴대폰 번호였다.

통화 내용은 간단했다.


전화 통화 텍스트 변환 내역

나: 여보세요?

발신자: 여보세요.

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발신자: 아 예, 혹시 000 변호사님이신가요?

나: 아 잘못 거셨습니다. 이예.

발신자: 아 죄송합니다. 이예.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난 착하고 어리숙하며 순진하다...

그래서 수상함을 느꼈다. 나에게 평소 잘못 걸려오는 전화는

사실 뻔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통화 품질이 괜찮은데도 대화의 시작이 느린 게 이상했다.

초반에 내가 여보세요? 두 번 말할 동안 발신자가 못 들은 척하고 간을 본 것 같았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나의 상상이었다.

당연히 전화를 끊고 난 변호사 협회에서 해당 변호사의 이름을 검색해

확인했다. 흔한 이름이지만 10명은 안되었다.

그리고 수상했던 점 두 번째, 너무 고요했다는 점이 찝찝해

제미나이에 녹음한 음성파일을 올려 분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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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복도라면 울리는 음이라도 분명 있어야 할 고요함이었다.

난 다시 전화를 걸어 침묵을 유지하며 소음을 녹음해 확인하려 했지만,

제미나이가 차단하는 게 낫겠다고 해서 그걸 따르기로 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까지는 귀찮....ㅋㅋ


정말 잘못 건 전화일 수도 있다. 이런 건 흔하니까...

하지만 보이스 피싱 사전 밑작업일 수도 있다는 상상이 들었다.

난 이놈의 상상력으로 내 삶도 말아먹었지만, 또 지금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혼자 놀기 대장이다..

일단 보이스 피싱, 즉 목소리 낚시범이었다면 떡밥으로 변호사 이름을 대며 미끼를 던진 게 맞을 것이다.

그럼 상대방은 혹시 무슨 사건에 연루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할 테니까..

이건 너무 뻔하긴 하다..

아마 처음 통화 시의 정적은 나의 전화 응대를 듣고 검사나 경찰 이야기를 하려다가

변호사로 바꾼 것 같다. 내가 경비원 출신이라 조금 친절한 사무톤으로 전화를 받는다.

민원인 상대하듯이....

만약 변호사 어쩌고 한 것이 밑밥이었다면, 그의 다음 단계는 내일 또는 며칠 뒤 전화로 이제 검찰이나 경찰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에 당신의 개인정보가 이용된 것

같다는 둥의 소리를 하며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 중간 과정은 사실 떠오르지 않지만, 또 나처럼 덜 떨어진 사람을 중간책으로 이용해 돈을 인출해

갈취하거나 이런저런 말로 내 계좌나 카드 정보를 탈취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이다음인데...

이런 위기에 빠진 난 어떻게 저 보이스 피싱범에 대처하느냐 이다..

그럼 스토리 전개에서 이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주요 키가 된다.. 무슨 수로 찾지?

난 범죄 영화나 소설은 전혀 관심이 없어서 이 중간 과정은 상상이 잘 안 된다.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면 재미난 상상이 될 것 같은데....

일단 초기에 음성학을 전공한 사람이 수상한 전화의 소음을 추적하다 누군가가 감금, 또는 납치된

상황인 걸 인지하는 걸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올해 운세가 좋으려고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지 아니면 그냥 나쁜 건지 모르겠다..

오늘 낮에는 산업안전 기사와 산업기사 필기시험 접수를 했다.

한번 필기 보는데 19,400원.... 기사랑 산업기사 두 개 접수라 거의 4만 원 돈을 시험 접수에 쓴 날이다.

복잡하고 신경 쓰고 아픈 일 없이 좀 살았으면....

보이스 피싱일은 그냥 잊어야겠다.

내가 바쁘다...

이상한 상상들은 멈추고 일단 자격증 공부나 하면서 멋진 상상만 가끔해야겠다.


오늘 고딩동창에게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니 치간칫솔을 사러 밖에 나와있다고 했다.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고딩동창이 우발적으로 누군가를 살해한 뒤

손톱에 낀 피해자의 혈흔과 살점을 치간칫솔로 닦아내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걸 농담으로 고딩동창에게 하려다가...

추운 날 밖에서 휴대폰 조작하면 친구의 손가락이 얼어버릴 것 같아 관두었다.


오늘도 이렇게 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격증 공부나 해야겠다.

아! 저녁부터 먹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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