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정훈 Jun 21. 2017

청중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몇 년 전 인기 있었던 드라마 <미생>을 기억하시나요?

전직 바둑기사였던 주인공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인턴으로 입사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장그래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 받았습니다.


<미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각기 다르겠지만, 저는 특히 장그래가 상사들 앞에서 발표를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준비한 내용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에서 과거에 강연을 처음으로 준비하던 제 모습이 보였거든요.


강연이나 발표는 이처럼 여러 사람 앞에 서서 말을 하는 일이죠. 그런데 남들 앞에 서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몰리는 것도 부담스럽고, 혹시 준비한 내용을 잘못 말할까 봐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발표나 강연 내용이 재미없고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에는 강연 경험을 꾸준히 쌓아온 덕분에 준비가 수월하지만, 예전에는 저도 강연 전날 밤이면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답니다.


얼핏 생각하면 영영 말하기 실력이 늘지 않을 것 같지만, 준비를 꼼꼼히 한다면 얼마든지 강연이나 발표 실력을 키울 수 있답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딱 한 가지입니다. 바로 좋은 강연과 발표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해, 스토리텔링으로 끝난다는 것! 지금부터 청중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스토리가 있는 강연 내용 구성


강연이나 발표를 할 때 내가 말하는 내용은 청중에게 익숙한 내용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 생각을 전환시키거나 행동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강연이나 발표의 목적이니까요. 이러한 목적은 청중이 강연자의 말을 들으며 감동을 받거나 무언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때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답니다.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스토리텔링을 이용하는 겁니다. 일단 강연 내용을 기획하기 전에, 스스로 전달하려고 하는 정보를 차례차례 나열하세요. 그리고 그 뼈대에 기-승-전-결의 구조로 흘러갈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강연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하나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가르친다는 느낌보다는 청중에게 어떤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말하려는 주제에 맞는 강렬한 이야기를 넣는다거나, 감동적인 사례를 들려주는 것이죠.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스토리 자체는 풍부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되,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만큼은 심플해야 합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 여러 개의 교훈이나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들어 있으면 청중의 집중도와 이해도가 떨어지니까요.


2. 효과적인 강연 연습


사실상 좋은 강연이나 발표는 탄탄한 스토리텔링 구성과 꾸준한 연습이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만큼 강연을 앞둔 상황에서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습을 할 때는 스크립트를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말을 한다고 생각하며 스크립트를 작성해 보세요. 이때는 예전 국사 시간에 배웠던 연표를 떠올려 볼까요? 시간 순서대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나열해 놓았던 연표처럼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두고, 거기에 맞는 스크립트를 채워나가는 겁니다. 스크립트 작성이 완료되면, 소리 내어 읽어 보면서 스토리가 어색하지 않게 구성되었나, 고칠 부분은 없나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스크립트를 작성했다고 해서 이것을 통째로 외운다고 생각하면 되레 실수를 할 수 있답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작은 문장 단위에서만 암기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크립트를 쓰되, 강연의 전체 흐름에 따라 몇 개의 키워드만 암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를 들었을 때 관련된 내용과 나머지 스토리가 떠오르게끔 연습을 합니다.


내용을 완벽히 숙지했다면, 실제로 강연이나 발표를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 앞에 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있을 때 완벽히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여러 명의 청중들 앞에 서면 또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친구들, 가족들을 앉혀 놓고 테스트 강의를 해보세요. 계획했던 대로 잘 말할 수 있는지, 주어진 시간에 잘 맞추는지, 그리고 듣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미리 알 수 있을 겁니다.


3. 청중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시작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했다고 해 볼까요? 강연자가 등장하면 청중의 시선은 물론 강연자에게로 쏠립니다. 하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키려면 본격적으로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동영상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청중과 강연자는 서로가 낯선, 처음 마주하는 사이죠. 강연을 시작하기 전 동영상을 함께 시청한다면 나와 청중들은 어느새 하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가 됩니다. 강연자와 관객이 보다 친밀해지는 계기인 셈입니다. 동영상을 재생하는 사이에 강연자도 긴장을 풀 수 있고,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의 미리보기도 가능합니다.


유튜브 등에 있는 다양한 동영상을 활용해 보세요. 강연 내용과 관련 있는 짧은 이야기나 음악이 함께한다면 강연장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영상의 길이는 5분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영상이 너무 길면 관객의 집중도는 금세 흐트러지기 때문입니다.


4. 강연 도중에 기억해야 할 점


본격적으로 강연이 시작된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시선처리부터 살펴봅시다. 강연자는 기본적으로 청중을 바라봐야 합니다. 컴퓨터 화면을 계속 바라본다거나 땅을 바라보면 전달하는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지죠. 강연자 입장에서 가장 편안한 시선 처리는 바로 맨 앞줄에 앉은 청중들과 눈을 맞추는 겁니다. 맨 앞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강연을 들을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그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한다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점차 그 대화 상대를 늘려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음은 제스처인데요, 사실 강연자가 강단에 가만히 서서 마이크만 들고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지루합니다. 따라서 강연 이전에 무선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해, 가능하면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이크로부터 손이 자유로워야 다양한 제스처가 가능하니까요. 제스처는 가능한 많이 활용하세요.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을 눈 앞 허공에 그림으로 그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강연을 하는 동안 손동작도 어색하지 않고, 전달하려는 정보도 더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잠깐, 강연을 하다 보면 잠깐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준비해 온 강연 내용의 순서를 깜박하고 바꿔 말했다고 해볼까요? 이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청중은 강연자가 준비해 온 내용을 속속들이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강연자가 부드럽게 넘어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다만 전달하려는 정보와 관련된 팩트를 잘못 말했을 때는 최대한 빠르게 정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할 변수입니다. 준비한 동영상이나 음악이 갑자기 재생되지 않거나 PP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죠. 이럴 때는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청중에게 앞서 말했던 내용을 반복해서 정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관객이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약간의 유머나 농담을 준비해 두었다가 말해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5. 아쉬움 없는 마무리


애써 준비한 내용을 모두 발표했던 순간,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죠. 시작만큼이나 강연의 마무리도 중요하답니다.

마무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약, 정리입니다. 강연자의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한 내용이지만, 청중에게는 그날 들은 내용이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연자가 강의를 마무리할 즈음 이제껏 말했던 내용의 핵심을 다시 한번 짚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강의 내용이 도움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청중에게 하면서 반응을 살피고, 내용 정리를 해 주면, 강연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연의 구성, 준비와 실제로 강연을 할 때 필요한 팁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강연도 어디까지나 사람 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강연자가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준비한 내용을 아낌없이 관객에게 나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태도를 유지할 때, 보다 질 좋은 강연과 발표가 가능하죠. 강연을 듣는 청중의 입장에서도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고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어렵고 떨리는 일이죠. 무대 공포증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하지만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많은 청중들 앞에 서는 일은 굉장히 짜릿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면서, 또 내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철저한 준비,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있다면 훌륭한 강연은 문제없다는 것,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당신, 이것만은 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