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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 (3) - 스토리를 발견하라

내가 회사를 다닐 때였다. 하루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타났는데 디자이너들이 비버 한 마리를 그려주었다. 모히칸 스타일을 시도했으나 도토리 모양이 된 내 머리를 보고 비버가 생각났다는 거였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한껏 선해 보이는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퇴사 후 나는 구글을 검색해 비버 이미지를 찾았다.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30만 원을 주고 명함을 만들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였다.


비버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가로 손꼽히는 동물이다. 이들이 강 하구에 둑을 쌓으면 주변 생태계가 되살아난다고 한다. 나는 이 작고 귀여운 동물이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물어와 집을 짓는 장면에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뭇 가지 하나하나가 작은 회사들의 브랜드 스토리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가지들을 모으고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작업이 더 좋은 브랜드 생태계를 만든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후로 내 명함을 보고 웃음 지는 고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스토리로 각인된 명함은 이제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됐다.


브래들리라는 시계 브랜드가 있다. 이 시계는 미국에 유학중이던 회사 대표가 겪었던 어느 하루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루는 이 대표가 수업을 듣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이던 친구가 자꾸만 시간을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이 친구가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거였다. 귀찮은 마음에 그 이유를 물어본 대표는 잠시동안 할 말을 잃었다. 그 친구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이 시계의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시간을 말해 주지. 그런데 말야. 나는 그 때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걸 원치 않아. 굳이  그 사실이 알려져서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게 싫거든."


이 이야기를 들은 대표가 만든 시계가 바로 브래들리 시계다. 그는 굳이 음성이 나오지 않더라도 시간을 알 수 있게끔 자석으로 움직은 작은 쇠구슬로 시침과 분침을 만들었다. 그저 만지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해서 일반인들도 즐겨 찾는 시계가 되었다. 이 시계를 찼다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각 장애인 친구가 그토록 바라던 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기록'이 점이라면 '스토리'는 선이다. 점과 점이 이어지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다. 내 명함에 그려진 비버의 얼굴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의 진짜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엄청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충주에서 만난 어느 우동집 아주머니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 우동집 아주머니는 심야에 문을 연다. 충주 유흥가에서 2,3차를 마친 사람들이 속을 달래기 위해 들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15년 단골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20년 이상 된 단골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사연즉슨 이렇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귀하게 자란 이 아주머니는 안타깝게도 결혼 이후 남편의 도박 빚으로 전 재산을 잃고 만다. 그래서인지 실연을 당하고,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찾아오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몇 시간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종이 한 장을 내밀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각오를 쓰도록 했다. 그리고 그 종이를 그들이 앉아 있던 가장 가까운 벽에 붙이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4,000장 이상의 스토리는 지금의 이 식당의 벽은 물론 천정까지 가득 채우고 있다. 나는 브랜드 강연을 갈 때마다 이 이야기를 꺼낸다. 심지어 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직접 그 가게를 찾아가기까지 했다.


물론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발견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반드시 이야기를 만들곤 한다. 그러니 내가 살아온 족적을 좇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나는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나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해결의 과정을 기록해보자. 극적이지 않아도 된다. 소소한 이야기라도 충분하다. 만일 그런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면 기록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하루를 살기 있는지 반성해보자. 그리고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자. 진짜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직 발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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