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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 (4) - 두 번째 이름을 찾아라

그의 이름은 한명수다. 배달의민족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는 정점에 다다른 경력을 섭렵한 그는 또한 의외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하지만 그의 페이스북을 이따금 방문하노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기독교인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듯 해서다. 딸은 시골 학교에 보내고 자신은 한강 다리 밑에서 닭다리를 뜯는다. 놀란 듯 입을 벌린 채 가슴을 부여잡은 프로필에서는 트롯 가수 같은 아우라가 흐른다. 종잡을 수 없는 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아마도 '유쾌한 자유함' 정도가 아닐까?


그 사람을 브랜드라 부를 수 있는 감별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월간 서른'이라는 모임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강혁진 대표의 키워드는 '서른'이다. 3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과 활동들을 통해 그는 스스로를 브랜딩했다. '생각 스킬'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복주환 작가는 책 이름이 자신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연예인도 셀럽도 아니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키워드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바로 내가 이야기하는 브랜드들이다.


나도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썼고, 이 키워드는 나를 대표하는 두 번째 이름이 됐다. 물론 이것을 의도하고 책을 쓴 건 결코 아니었다. 나는 '사람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아다녔다. 그 질문에 대한 답 중의 하나가 바로 스몰 스텝이었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실천을 통해 자신만의 드라이빙 포스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 자신을 작가로 만들어주었고 강사로 만들어 주었다. 이 이름을 가지고 나는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를 브랜딩한다는 것은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두 번째 이름을 가진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브랜더들이 기업의 회사, 제품과 서비스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의한다. 그렇게 이니스프리는 '제주'라는 두 번째 이름을, 롤렉스는 '성공'이라는 이름을, 할리 데이비스는 '자유'라는 이름을, 티파니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컨셉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할 때 떠오르는 단 하나의 단어, 그 단어를 찾을 수 있다면 이미 우리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미 이름이 있는데 굳이 두 번째 이름을 찾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말이다. 물론 우리의 이름은 애정과 관심이 담긴 소중한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를 모르는 타인들에겐 영희와 철수처럼 의미 없는 이름일 수 있다.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는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며, 필요한 순간에 선택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나를 브랜딩하는 이유는 세상에 나를 팔기 위해서다. 나의 쓸모와 가치를 타인의 필요와 욕망에 맞춰 교환하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선명하게 차별화해야만 한다. 우리의 두 번째 이름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실력과 성과는 기본이다. 브랜딩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비슷비슷한 스펙을 가진 제품일 때 우리는 브랜드를 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비슷하다면 우리는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는다. 그러니 당신의 분야에서 브랜드가 되라. 당신하면 떠오르는 그 '단어'를 찾아라. 쉽고 간단하고 선명할수록 좋다. 만일 그 단어를 찾는다면 당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값어치치를 따질 수 없는 자산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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