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후, 갑자기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돈룩업(Don't look up)'이란 영화를 보았다. 6개월 후에 지구에 혜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기?다. 이런 엄청난 위기 앞에서도 사람들은 코 앞의 이익에 몰두한다.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걱정하고, 방송사는 코믹한 사건 정도로 취급한다. 심지어 혜성을 없앨 수 있는 우주선 발사를 도중에 취소하기까지 한다. 그 혜성에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업가의 입김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지옥'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지옥이 죽음을 앞둔 한 개인의 반응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전 지구적인 반응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현실적이라 함은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서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지지율을, 방송사는 시청율을, 기업가들은 주가를 신경 쓰지 않을까.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이 갑자기 블랙 코미디로 묘사되는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그들과 다를까? 나는그 6개월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낼까? 여타의 시한부 삶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죽음을 맞는다는 것인데, 그것이 한 개인의 불행과는 또 다른 감흥?을 주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래도 나는 친구들과 남해나 제주도에 집을 하나 살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바비큐를 하며 남은 삶의 일상을 지켜가지 싶다. 무언가를 이루는 삶보다 좋은 관계를 더 좋게 지켜가도록 애를 쓰지 않을까? 평소 소원했던 사람들에게 전화 한 통 정도는 해야겠지?


사람들은 중요시 여기는 것들이 다르다. 우리는 그것을 '가치'라고 부른다. 그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욕구와 욕망의 다른 말이다. 죽음은 그것의 실제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일종의 장치이자 통과의례인 셈이다. 연말이고 곧 연초이니 한 번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이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무겁지 않다. 때로는 이상하게 유쾌하기까지 하다. 죽음, 혹은 인류의 멸망은 바라보기에 따라 비극도, 희극도 될 수 있다. 이것이 삶이라는 것의 진짜 모습은 아닐지. 주인공들의 열연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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