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키보드 하나를 주문했다. 기계식 저소음 적축 키보드다. 하지만 키보드의 세계를 아는 사람에게 10만 원대 후반의 이 제품은 입문용에 불과하다. 어떤 유튜버는 키보드에만 5천만 원의 돈을 썼다고 한다. 커스텀 키보드는 입문용이 200만 원이다. 하지만 그건 이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일이다. 키보드에 진심인 사람들에겐 충분히 그럴만한 '투자'일 뿐이다.
키보드의 용도나 쓰임은 단순하다. 컴퓨터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용도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키보드는 그런 용도, 그 이상의 무엇이다. 또각거림, 서걱거림, 보글보글... 키보드의 타건감을 얘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들이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만년필 마니아들 역시 그렇다. 그들은 펜의 쓰임을 넘어선 손 끝의 감각을 느끼며 그 차이에 돈을 쓴다. 신기한 일이다.
이 이야기가 실없이 들릴 당신에게도 그게 무엇이든 몰두의 대상이 있을 것이다. 그건 가방일 수도, 시계일 수도, 차일 수도, 집일 수도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 '쓰임'만으로 값어치가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또 하나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감각은 욕구이고 욕망이다. 브랜드는 이런 사람들의 끝을 모를 욕망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재미있다. 내가 여전히 브랜드에 열광하고 브랜딩에 진심인 또 하나의 이유이다.
p.s. 맥북이 있음에도 굳이 빨콩 씽크패드를 쓰는 가장 큰 이유도 다름아닌 키보드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