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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실에 TV를 들였습니다

다시 거실에 TV를 들여왔다. 그런데 보는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돌싱 포맨...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이 오십에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이런 것인가 보다. 가끔은 숲 속에서 혼자 사는 시간을 그리워하고, 세상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가 싶은 생생한 경험을 흠모하며, 이혼을 경험한 동년배들은 어떤 삶을 꿈꾸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어떻게 나이로만 구분 짓겠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는 대작가 파울로 코엘료도 열광했던 드라마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와 20대 여자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둘은 나이만 다르다 뿐이지 빛 보다는 그림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그 결핍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우리는 이들에게서 나이를 넘어선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 나이 오십이 주는 깨달음이란 바로 이렇게 '인간다운 삶'을 동경한다는 것이다.


내일은 일을 마치는대로 와이프와 강원도에 있는 낙산해수욕장에 일몰을 보러갈 생각이다. 언젠가 이곳을 혼자 들렀던 와이프가 뜬금없이 꺼낸 이야기에 내가 호응을 했다. 좋은 기억, 행복한 순간, 공감하는 대화를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바로 '잘 사는' 것 아닐까?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내가, 이제야 비로소 주위를 돌아보며 걷기 시작했다. 이 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에 더없이 행복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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