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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좋은 편집자가 필요한 이유

주업이 브랜딩 관련 글 쓰는 일이다보니 인터뷰를 하거나 누군가의 초고를 만지는 일이 많다. 그때의 나는 마치 조각가가 된 기분이 든다. 우리가 내뱉는 말들을 막상 텍스트로 옮겨놓고 보면 대부분은 필요 없는 표현들이거나 중언 부언이 많다. 아... 이제... 사실... 이런 추임새는 들을 때는 괜찮지만 글로 옮겨놓으면 죄다 거추장스러운 사족들일 뿐이다. 초고도 마찬가지다. 처음 읽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외계어 같은 문장들이 정말로 많다. 그 문장과 단어들을 몇 번이나 쳐내고 깍아내면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텍스트가 탄생한다. 지겹고 고단한 작업이지만 보람도 크다.


그렇다면 글쓰기 공부를 해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해야 할까? 꼭 그렇진 않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가들도 대부분 전문 편집자의 손을 거친다. 글을 매끄러게 잘 쓰기를 고민할 시간에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고민하자. 개발 새발 써도 당신이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유니크하거나, 가치있거나, 감동적이라면 단어와 문장을 만지는 일은 남에게 맡겨도 된다. 그건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역할이 다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써야 한다고, 그래야 자신의 글이 아니냐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미안하지만 잘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다. 운동이나 그림, 노래, 달변처럼 타고나는 것이다.


나라면 자신의 글을 전문적으로 만져줄 사람을 일찌감치 옆에 두는 편을 택하겠다. 그저 그 사람 앞에서 몇 시간 떠들고 나면 그럴듯한 초고로 만들어주는 사람을 고용하라.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면 공저로 꼬드겨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첨삭을 받을 시간에 나만 쓸 수 있는 글이 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편을 권한다. 당신의 글이, 생각이 매력 있다면 그걸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으로 옮겨줄 사람은 분명히 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출판사에 맡기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이 분명 있다. 예를 들면 나 같은 사람을 곁에 두시라. 서로 저마다의 역할과 강점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수십 권의 책을 써왔다. 결과도 좋았다. 당신의 글이, 생각이 매력 있다면, 나 역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의향이 충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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