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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법, 룰루레몬

혹시 요즘 젊은 친구들 옷차림을 보셨나요? 허리는 잘록하지만 바지 통은 넓고 끝단은 펑퍼짐한 스타일이 유행하네요. 서울만 그런게 아닙니다. 대구 출장을 가니 거의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이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게 트렌드고 유행이죠. 그런데 이런 트렌드 읽기에 능한 사람들이 사업도 잘합니다. 오늘은 그런 트렌드를 잘 읽어 성공한 브랜드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입니다.


1998년, 벤쿠버에서 스포츠 편집샵을 운영하던 칩 윌슨이라는 패션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어떤 사물이 3번 이상 눈에 띄면 트렌드가 된다는 걸 알았죠. 그런 자신의 감각을 가지고 스케이트보드, 서핑, 스노우보드의 대유행을 예측합니다. 그리고 유행이 시작되기 전 관련 의류들을 들여놓아 대박을 냈죠. 그런데 그런 그의 눈에 새로운 트렌드가 보였습니다. 바로 요가였습니다. 잡지에서 요가 기사가 뜨고, 길거리에서 요가 포스터를 만납니다. 카페에서 요가 이야기를 하는 여성들을 만났죠. 과연 그는 이런 유행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바로 요가 수업에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입을만한 옷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죠. 그때의 운동복들은 면소재여서 땀이 잘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런 '불편'을 '발견'하고 서핑복으로 만든 레깅스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의 연구 끝에 '루온'이라는 신소재를 발명하죠. 이 루온으로 만든 레깅스는 땀을 잘 흡수하고 몸을 압박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90달러라는 고가로 판매했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그래서 그는 요가복 전문회사 룰루레몬을 만들었습니다. 2000년, 캐나다의 벤쿠버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겁니다.


룰루레몬은 운도 따랐습니다. 때마침 요가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죠.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20년 코로나는 이 브랜드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수퍼나 갈 때 입는 '원 마일 웨어'가 유행했기 때문이죠. 이 기세를 타고 룰루레몬은 연 평균 37%의 놀라운 성장을 거듭합니다. 이제 룰루레몬의 시가 총액은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룰루레몬의 성공은 단지 트렌드를 읽어낸 창업자의 감 때문만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룰루레몬은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남성 스포츠 시장에 올인할 때 여성 시장이라는 빈틈을 노렸습니다. 32살, 연 수입 10만 달러, 콘도 회원권을 소유한 여성을 '페르소나'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이런 가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했죠. 재밌는 사실은 22살, 42살의 여성들이 이 페르소나를 동경하고 따라하기 위해 룰루레몬을 입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100달러가 넘는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룰루레몬은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성장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는 사실입니다. 룰루레몬은 새로운 매장을 낼 때 근처의 요가 강사나 헬스 트레이너들을 '브랜드 엠버서더'로 섭외합니다.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편입시켰죠. 그들에게 수업을 만든 사람들도 자연히 룰루레몬의 팬이 됩니다. 룰루레몬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매장을 러닝이나 요가 수업의 장소로 대여합니다. 이런 엠버서더가 전 세계적으로 4,000명이나 됩니다.



저는 이 코너의 글을 쓰면서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팔아야 한다고 꾸준히 말해왔습니다. 룰루레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브랜드는 제품을 팔지 않고 '경험'을 팔고 있습니다. 날씬해지고 싶고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합니다.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 커뮤니티를 동경하게 됩니다. 그러니 룰루레몬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이들도 제품 개발에 열심입니다. 벤쿠버에는 룰루레몬 랩이 따로 있어서 에버럭스, 럭스트림 같은 신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해냅니다. 하지만 제품만 개발했다면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이기기 힘들었을 겁니다. 자본이나 연구인력에서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을 테니까요.


경험을 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요가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이지고, 그 그룹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뿌듯한 만족감을 더해줍니다. 만일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입는 운동복이나 레깅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어떤 입소문보다도 그들의 추천은 강력할 겁니다. 비록 그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더라도 말이죠. 그러니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팬덤'을 만드세요. 자신의 브랜드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전파할 1,000명의 팬만 만든다면 그 브랜드는 생존할 수 있습니다.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룰루레몬이 명품 브랜드를 만든 강력하고 확실한 솔루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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