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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하면서 내가 배웠다

와디즈에서 전자책을 펀딩 중이다. 참여하신 분들이 고마워 온라인으로 브랜드 강연을 했다. 그런데 괜히 줌이 지겹게 느껴져서 '구글 미트'를 켰다가 한참을 헤맸다. 화면 공유는 되는데 참여자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다. 결국 이름을 기억하는 몇 분의 목소리에 의지해 깜깜이 강연을 했다. 그런데 이 강연이 (개인적으로) 또 한 번 인생 강연이 됐다.


이태원에 '모꼬지'라는 선술집이 있다. 이 가게 주인과 일대일로 대화를 하며 강연을 했다. 주인이 이렇게 얘기한다. 솔직히 음식은 다른 데가 더 잘한다고. 그런데 자신의 가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기 자신이란다. 손님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찾아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유와 위로를 얻고 간단다. 브랜드 강연을 하는 내가 무색해졌다. 이미 브랜딩에 성공한 분이 내 강연을 듣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머리가 나쁘다. 그래서 어렵게 얘기하는걸 싫어한다. 브랜드만 해도 그렇다. 측정하기도 힘든 브랜드 자산을 복잡한 도식으로 설명해야만 할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물론 학문이란 모름지기 정리하고 체계화하는게 그 속성이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의 브랜드 전문가가 모꼬지 주인보다 브랜딩을 더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브랜드란 '관계맺기' 아닌가. 고객이 구매한 제품과 서비스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게 브랜딩된 것 아닌가. 모꼬지는 이미 그런 브랜드가 되어 있었다.


함께 강연을 들은 분들은 1:1 대화로 진행되어 더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더 좋았다. 이미 장사의 최전선에서 브랜딩의 원리를 깨친 분과 대화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렵고 복잡한 이론서 한 권을 읽는 것보다 '덜'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이론적인 완성을 위해서라도 내년엔 대학원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존경한다. 그들처럼 살고 싶다.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브랜드를 웅변하고 싶다. 살아있음을 느낀 또 한 번의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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