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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길'은 어디인가?

요즘 동시에 대여섯 권의 책을 작업하고 있다. 코칭, 다이어트, 교육, 학원, 브랜드, 글쓰기... 하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크게 없다.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다시 쓰는 작업을 한다. 나는 이 일이 좋고 행복하다. 클라이언트들의 일하는 방식이 다 다른데 그 조차도 공부가 된다. 어떤 사람은 큰 그림을, 어떤 사람을 디테일을, 어떤 사람은 일정을, 그 요구사항에 맞추다보면 나 역시 매일 매일 성장해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제는 부산에 있는 절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이 50인데 평생 다른 사람 밑에서만 일하다보니 '자기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해마다 창업 박람회가 열리면 사전 신청을 해서 가본다고 했다. 그런데 이거다 싶은 아이템이 없어서 실망한다고 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사실 가진 재산으로 따지면 이 친구와 나는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어 한참을 통화를 했다. 그도 모자라 출장을 가는 길에 부산을 들러 얘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원래 오늘 보려고 했으나 동 대표라 다음에 보자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이제 나이 50은 은퇴가 아닌 새출발을 고민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임원이 되지 않는한 40대 중반이 되면 새로운 일, 직업,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연령대의 사람들의 재취업은 사실상 어렵다. 그 말인즉은 '자신의 일'을 해야 하는 나이란 것이다. 그런데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말고는 딱히 할 게 없다. 하지만 수억의 투자가 필요한 창업은 선뜻 꺼낼 수 없는 카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4,50대를 위한 '커리어 스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대의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듯 4,50대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40대 중반에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사실 내가 노력한 것 이상으로 그들의 도움이 컸다. 스킨미소의 정연광 대표, 골드넥스의 김성모 대표, 뜨인돌 출판사, 세바시의 구범준 대표, 오경필, 이승현, 한초롱, 이선형, 김우형, 김경필, 조원섭, 이윤, 강혁진, 칙바이칙의 김명환, 박재훈 대표까지... 이루 셀 수가 없다. 간절함과 꾸준함의 물길이 조금씩 더 큰 물줄기를 만나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나의 나다움은 혼자만의 고민이나 계획이 아니라 사람과의 교류, 필요와 갈증을 서로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발현되었다.


물론 친구는 말한다. 자신도 사람을 많이 만났으나 배신과 후회의 만남이 더 많았다고. 사람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그렇게 따지면 이 친구가 더 잘 나가야 하지 않나 싶지만... 남에게만 맞춰주는 삶을 살아온 친구를 보니 해주고 싶은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친구가 인생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 좋음'은 얼마나 큰 강점인가.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는다면 정말로 활짝 꽃을 피울 친구인데,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도와줄 수 있을까?


마침 4,50대의 커리어를 돕는 책을 두 분의 코치와 함께 쓰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필요를 따라가다 보면 언제나 그렇듯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났고고 적절한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내게 강점이 있다면 그런 과정을 꾸준히 글로 기록하고 말로 웅변할 수 있다는 것. 이 친구를 타겟으로 삼고 또 한 번 답을 찾고 길을 찾아야겠다. 40대 결혼이 흔한 시대다. 50대는 두 번째 청춘이다. 그런데 그런 청춘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내 일처럼 친구의 고민을 숙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내가 그랬듯이, 친구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거지.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누구를 만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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