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상금은 100만원, 그런데 와디즈에서 펀딩을 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다. 스토리 피드백도 받아야 하고, 디자인도 해야 하고, 광고와 홍보까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와디즈에서 수백 만원 상당의 광고 집행을 한다고 하지만... 몇 번이나 상을 물릴까 싶다가도 자리를 고쳐 앉아 꼼꼼한 검수를 하나하나 받으며 펀딩을 런칭했다. 다행히도 펀딩은 4일 만에 500%를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종종 강의 의뢰를 받는다. 같은 주제면 부담이 덜한데 종종 조금 '다른' 강연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대상이 달라지면 당연히 내용도 달라져야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꼭 그렇지가 않다. 그 옛날 대학 교수님의 닳고 닳은 노트가 그리운 것이다. 원 소스 멀티 유스,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렇게 다른 주제로 PPT를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나의 새로운 무기가 되어 주었다. 당장은 괴롭고 귀찮지만 부득이한 환경이 나로 하여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부담을 즐기게 됐다.
오히려 일을 자초할 때도 있다. 500여 명이 모인 '스몰 스텝' 단톡방에서 하는 특강이 그렇다. 글쓰기나 브랜딩에 관한 주제로 일단 광고를 하고 모객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한 사람, 두 사람 신청자가 늘수록 마감에 쫓기듯 기존의 강의안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나를 인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환경에 밀어 넣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효과가 있다. 일말의 양심이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록하고 만들게 한다. 이럴 땐 소심한 내 성격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 가장 쓰기 힘든 순간은 노트북에 뭔가를 타이핑하기 직전이다. 이른바 깜빡이는 커서의 순간이다. 하지만 반드시 써야만 하는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넣으면 어느 덧 커서는 사라지고 빼곡하게 타이핑된 텍스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수기에 물을 받듯 내 마음 속에서 솟아난 글들을 모니터에 담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화면이 그렇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페이스북의 그 좁디 좁은 화면에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광대한 아래한글이나 워드 화면보다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깜빡이는 커서는 나를 재촉한다. 뭐라도 쓰라고. 열린 화면이 등을 떠민다. 제발 뭐라도 끄집어 내라고 말이다.
글쓰기는 공부와 닮았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즐겁게 하기 힘든 일이다. 대부분은 강제로 쓴다. 누군가 시켜서, 안하면 안되니까, 입금되었으니까, 마감이 다가와서...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도 와이프의 낭비벽 때문에 평생 빚을 갚느라 글을 써야 했다. 그런 대문호와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글을 써야만 하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쓰지 않는다. 그걸 아니까 스스로를 글쓰는 감옥에 집어 넣어야 한다. 참선하는 스님처럼 동자승에게 문을 걸어잠그라 말해야 한다. 당신이 글쓰기를 즐기는 천재나 문호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반전이 하나 있다. 그렇게 귀찮아 하던 산책도 막상 현관문을 나서고 길을 걷다보면 깨닫게 된다. 내가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사무실에만, 방에만 틀어박혀 있을 뻔 했구나, 이 좋은 경치를 그냥 흘려보낼뻔 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이 그것이다. 막상 쓰다보면 쓸만 해진다. 쓸거리들이 등장한다. 칸칸이 채워지는 글자들 덕분에 내심 뿌듯해진다. 타이핑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이건 마치 큰 탁자를 움직일 때와 같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갈수록 밀기 쉬워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드르륵하고 저만치 옮겨진 가구를 보게 된다. 어느새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나의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 글을 쓰고 싶다면 스스로를 감옥에 보낼 각오를 하라. 누군가에게 글을 쓰겠다고 선포를 하라. 돈을 주겠다는 회사가 있다면 냉큼 받으라. 글 쓰는 것 말고는 할게 없는 카페나 골방에 스스로를 밀어 넣으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라. 마감이 있는 투고를 약속하라. 하다못해 하나의 글을 쓰고 나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라.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사진은 수없이 많은 인위적인 포즈를 취한 끝에야 나온다. 이 이상한 진리를 나는 20연 년 웨딩 사진을 찍으며 보냈다. 스스로를 불편케 하라.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에 스스로를 밀어 넣으라. 당신이 펜만 잡으면 글을 쓰는 기계나 천재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