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드디어 달리기 시작했다

집 근처 공원 달리기 10일차, 뿌듯함이 밀려온다. 친구 말로는 2바퀴 4km 이상은 달려야 살이 빠진다지만, 괜찮다. 어차피 나는 평생 달릴 각오로 시작한 거니까. 열흘을 채우고 나니 일단 심리적인 만족감이 생각보다 크다. 직장 다닐 때보다 거의 20kg이 불은 상태. 누구 밑에서 일하는게 내겐 적성이 아니었나 보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입맛이 돌더니 툭하면 체하던 내가 단 한 번도 쳇기조차 느껴본 적이 없으니. 하지만 고지혈증, 혈압 등에 위협을 느끼던 차에 나도 드디어 달리기 시작했다.


쉽지 않다. 속도는 비슷할지 몰라도 걷는 것과 뛰는 것은 천지차이다. 집 현관을 나설 때마다 입영 열차 탄 것 마냥 피하고 싶어지지만 막상 달리고 나면 그 만족감이 이루 말할 데 없다. 일단 100일 달리기를 단톡방에 공지하고 벌금도 10만 원을 걸었다. 목표는 가을에 있을 춘천 마라톤. 아들과 달려본 친구 말로는 10km는 무리고 5km에 도전하라고 한다. 그럴 생각이다. 목표를 공표하고 리워드를 거는 건 언제나 효과적이다. 벌써 며칠이나 12시가 다 되어서야 쫓기듯 집을 나서곤 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도 스몰 스텝이다. 20분이 채 안되는 시간, 2km를 겨우 달리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달리다보면 체력은 좋아질테고, 아주 조금씩 시간을 줄이고 거리는 늘려갈 생각이다. 그저 열흘을 달렸을 뿐인데도 벌써 체감되는 부담이 1/3은 줄은 것 같다. 무엇보다 좋은 건 한 번 달리고 나면 24시간은 나 스스로가 그렇게 기특하고 완충된 핸드폰 마냥 뿌듯하다는 거다. 진즉 달릴 걸, 그래서 진즉 더 건강하게 살걸 싶지만, 언제나 그렇지 않은가. 너무 늦은 시작은 없다는 것. 나는 아직 젊고 달릴 날은 충분하다. 적어도 아직까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