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도 가끔씩 의아할 때가 있다. 내가 쓴 책이 10쇄를 찍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던가. 그 와중에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같은 사람의 책이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탁월한 문장력도, 대단한 솔루션도, 화려한 프로필도 없는데도 이 책은 계속 팔려나간다. 나는 최근에야 그 이유가 '트렌드'에 올라탔기 때문임을 알았다.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사람들 생각에도 트렌드가 있다. 예전보다 훨씬 다양성을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으나 '남들은 어떻게 살까'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그런 트렌드는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나답게 살고 싶다'가 아닐까? 비슷한 제목의 책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1등 회사 삼성전자의 메인 카페가 '나다운 가전'이니 게임 오버다. 문제는 이 말의 참뜻이 무엇인가 하는 것인데. 냉장고 문짝의 컬러를 다르게 한다고 '나답게' 사는 것은 아닐터. 나는 이 질문에 '스몰 스텝'이라고 답하는 책을 썼던 것이다. 그러니 제목만 보고도 덥썩 이 책을 집어들 수밖에...
그런데 문제는 이 유행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란 것이다.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고 또한 공감을 얻으면서 말이다. 그 중 하나가 밀리의 서재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책 '갓생 만화 일기'다. 도대체 갓생이 뭔가 했더니, 으잉? 스몰 스텝과 똑같다 못해 '카피 앤 페이스트' 아닌가. 내가 7년 째 매일 실천하고 있는 스몰 스텝을 이 작가는 갓생으로 부르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스몰 스텝으로 사는 삶을 '갓생'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갓god'은 정말로 최고의 칭찬일진데.
'갓생'은 우울과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소소하게 성공하는 삶을 가르친다. 모두가 대통령과 과학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기 감지한 이들이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꿈도 야망도 없는 소시민의 삶을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누군가는 대통령도 하고 검사도 하겠지만 그런건 너네들이라 하라지. 우리는 우리대로의 소시민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갓생은 트렌드다. 스몰 스텝은 유행이다. 그리고 이런 실천의 결과는 '나다운 삶'이다. 그리고 이런 10년 이상 이러 유행이 이어진다면 사람들의 뇌리 속에 굳건히 자리잡을 시대정신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이 유행에 올라탄 운수 좋은 작가였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흔히 베스트셀러로 부르는 것들 역시 그 자체의 품질 만큼이나 트렌드나 유행에 올라타는게 중요하다는 방증도 된다. 즉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어쩌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자만이 베스트셀러를 쓰고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명료하게 하나의 단어로 만들어내는 자만이 앞으로의 시장을 사로잡을 것이다. 거기에 유머나 감동, 정보가 더해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못 그린 그림, 거친 편집, 날 것 같은 단어들에도 불구하고 '갓생 만화 일기'는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내 책 '스몰 스텝'도 아주 소소하지만 그런 영향력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기쁘다. 이 글의 결론은 단순하다. 갓생을 살자, 나답게 살자, 그러러면 '스몰 스텝'을 다시 읽어야지. 뭐 이런 글을 다 썼나 싶다가도 지우지 않고 남긴다. 우리 모두 갓생 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