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그리고 이 여자의 '헤어질 결심'에 대하여

1. 박해일


아주 오랫만에 사랑을 느꼈습니다.

첫 눈에 반했습니다.

살인자의 아내임을 알면서도 그랬습니다.

의심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잘 맞는 반쪽과 같은 사이란걸

아마 그녀도 조금은 눈치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침내' 알아버렸습니다.

내가 철저히 그녀의 유혹에 유린당했다는 것을.

나의 마음은 무너지고 깨어져버렸습니다.

그녀를 지키고 싶습니다.

사랑한 만큼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덮어두기로 했습니다.

그녀가 다시 날 찾아오기 전까진 말입니다.


2. 탕웨이


처음엔 몰랐습니다.

이 남자의 순진한 관심이 불러올 파장을요.

다루기 쉬운 상대이기도 했지만

친절하고 품위가 있는 사람이라 좋았습니다.

나는 이 남자를 다루기 쉬웠습니다.

이 남자가 날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의 살인을 완벽하고 속였다는 순간,

내가 이 남자를 산산히 조각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게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그게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번지는 잉크처럼 천천히 잠식해들어오는 이 감정

아, 나는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3. 박해일


그녀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홀로 이렇게 다짐을 했습니다.

내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

사랑이 눈이 멀어 나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으리라.

그래서 집요하게 그녀를 의심하고 나를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아니 혼란스럽습니다.

그녀는 왜 두 번이나 나를 속이려 드는 걸까요.

정말로 이번만은 내가 괜한 의심을 하는 걸까요.

하지만 나는 나를 속일 수 없습니다.

내가 얼마나 이 여자를 사랑하는지 속일 수 없습니다.

다시 사랑하려면 나는 또 무너질 것입니다.

처음부터 더 깊게, 더 완벽하게 말입니다.


4. 탕웨이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을 한 번 속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랑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남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고 싶습니다.

이 형사의 오랜 미결 사건으로 남고 싶습니다.

나의 외모를 사랑한 남자들은 많았으나

이렇게 나를 이해하고 공감한 남자는 일찌기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나를 의심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랑합니다.

그래서 위험합니다.

이 남자를 살리면서도

내 사랑을 지킬 방법은 단 한 가지 뿐입니다.

이 남자의 가슴에 나를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이 결심에 후회는 없습니다.

우리들의 숨이 겹치던 그 순간처럼

오래도록 이 사랑을 지키고 싶습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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