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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리 기틀리스

자기다움 sayings #14.

"우리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도 매번 변해요. 당신이 매일 정원을 산책하지만, 어느 날 그전엔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꽃이나 식물을 보고, '아, 여기 이런 게 있었다니!' 하고 놀랄 때도 있죠. 당신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살아가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것을 당신의 연주에 녹여낼 수가 없다면 우리는 연주라는 걸 차라리 그냥 기계한테 맡겨 버리고 버튼을 누르는 게 더 나을 겁니다."


- 이브리 기틀리스, 바이얼린 연주가


바이얼린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92세의 이 거장은

자신의 연주 스타일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고,

그래서 당신의 연주에 그 생명력을 녹여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기계와 무엇이 다르냐고.


이 말의 의미를 곰곰히 곱씹어봅니다.

그가 연주하듯이 지금의 내 일에 몰입하고 있는지,

매일의 일상에서 새로운 감탄을 토해내고 있는지,

그저 기계처럼 또 한 번의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다름이라는 것은 우리가 모두 저마다 다른 색채를 갖고 있고, 다른 접근 방식을 갖고 있고,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상상해 봐요. 우리가 만약 다른 사람과 모두 똑같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이 백발의 연주가는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과 달라질까'를 고민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명확히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대신 자신의 일상에서 항상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라 말합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92년을 살았고

그 결과로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비르투오소(거장)'이 되었으나

정말로 그에게서 느껴지는 놀라움과 존경의 대상은

연주 하루 전 다친 어깨로 바이얼린을 피아노에 걸친채

기어이 연주를 끝내는 열정(혹은 생명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가 묻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연주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그가 답합니다.

"당신이 몇 날 며칠 숨을 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연주란 내게 그런 의미입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숨을 멈춘 듯 괴로워할 대상이 있느냐"고.


그렇군요.

그렇게 살아야 비로소 '나답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군요.

뭔가를 성취하고 도달해야 얻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삶의 순간순간에 감탄하고 기뻐해야 할 '자세'라는 것을.

성공과 행복은 그저 바람처럼 지나갈 '결과'일 뿐이란 것을.


고마워요. 기틀리스.

저도 그렇게 연주하듯 지금 이 순간을 살아볼께요. :)





(*기사 출처: 92세에도 연주회 '살아있는 전설'… "최고만 추구하면 개성이 사라진다", <조선일보> http://goo.gl/5HyafQ / *이미지 출처: http://goo.gl/qqhT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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